[배광식 월요시론] 치의학제 조망법

2010.12.13 00:00:00

월요 시론

배광식 <본지 집필위원>

치의학제 조망법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으면 능선으로 올라가 길을 살피게 된다.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는 내가 있는 위치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치의학제가 변환기이면서 소용돌이 속에 있다. 갈 길을 찾으려면 역시 한 발 물러서서 조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시간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고, 공간적으로 우리가 발 디딘 현사회와 세계조류를 조망한다면 종횡으로 현재의 좌표가 잡히고, 갈 길이 보일 수 있다.


우선 근세 한국치의학교육은 1922년 경성치과의학교(2년제)가 설립되어 3년제로 바뀌며 첫 졸업생을 낸 것에서 비롯된다. 7년 뒤인 1929년에 4년제인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이하 경치전)로 승격되었다. 해방 후 1946년 8월 22일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군정법령 102호)의 공포로 경치전 등 9개 단과대학을 통합하여 10월에 서울대학교가 설립되었다. 이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시작한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이하 국대안) 반대운동’이 격렬해져 동맹휴학(이하 맹휴)이 일어나고, 한편으로는 국대안 지지운동도 일어나 맹휴 유지 측과 맹휴 중지를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대립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학교가 1년여 파행을 거듭하였고, 5000명 가까운 학생이 제적되었다가 3500여명이 복적되기도 하였다. 치과대학도 대다수의 동창, 교수, 학생이 국대안을 반대하였다. 오늘날 돌아보면 사립인 경치전의 서울대학교 편입은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1959년 예과를 신설할 때와 1970년대에 들어와 입학시험에서 2지망을 없앨 때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것을 왜 반대했을까?’이다.


졸업동문의 입장에서는 심정적으로 졸업 당시의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마치 고향의 정든 초가집이 낯선 기와집으로 바뀐 것이 못내 섭섭하듯이.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1967년 경희치대 신설 후 계속 늘어나 11개 치과대학이 되었고, 2002년 1월 교육부에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03년부터 2+4제(예과제)유지, 4+4제(전문대학원제) 전환, 양학제의 병행 등 3종류 중 선택을 학교 자율로 맡겼다. 이에 따라 11개 치과대학 중 3개 대학만 예과제로 남고, 7개 대학은 전환, 1개 대학은 병행을 택했다. 시작 당시 2009년 첫 졸업생을 낸 후 평가하여 2010년에 학제를 ‘최종결정’하기로 한 바에 따라 금년에 각 학교별로 최종결정단계에 들어갔다. 교육부에서 2002년 도입 발표시 의미한 ‘최종결정’이란 것은 예과제와 전문대학원제를 현재처럼 병행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모두를 전문대학원제로 할 것인지였으나, 명확한 문구 표시가 없어 전문대학원제의 예과제 환원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과제 환원이 배제된 것임을 알 수 있는 일예로, 도입 기본계획에 ‘DDS-PhD 복합과정은 전문대학원제로 영구 전환한 대학에 지원한다"는 문구가 있고, 이미 지원되었으니 그 지원을 받은 대학은 영구전환대학인 셈이나,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사회적으로는 법학, 경영학 전문대학원과 함께 전문분야의 고학력화 추진 및 추세에 따른 것이다. 다른 전문분야가 고학력화 하는데 의치의학은 그대로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의과가 6년제인데 치과는 4년제였던 시절을 돌아보면 자명해질 것이다.


중남미의 5년제 치대 졸업생을 우리 대학원에 받을 때 일단 학력미달이 논난거리이다. 이로 미루어 의료개방을 통해 세계에 진출할 때에 6년제 졸업 한국치과의사가 8년제 외국 치과의사와 대등한 권리와 대우를 요구할 수 없다.


미국 치과대학 입학생은 진작에 95%이상이 학사 출신이고, 영국과 호주도 점차적으로 8년제로 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치의학제선택의 현실은, 정원 걱정 없이 30% 고교생과 70% 학사를  입학시켜서 전문석사로 배출시키는 전문대학원제이냐, 현 정원의 절반은 동일대학교 내 타 대학에서 할양 받는 등으로 해결하여 70% 고교생과 30% 학사편입생을 받아 학사로 배출시키는 변형예과제이냐의 양자택일이다. 교과부에서 이번에 제시한 전문대학원 모형은 도입당시 대부분 의과대학을 반대로 돌아서게 했던 4+4제가 아닌, 의과가 스스로 적극 추진하던 2,3,4+4제에 매우 근접된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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