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월요시론] 생각의 차이

2011.01.10 00:00:00

월요 시론

김 신 <본지 집필위원>

생각의 차이


요즈음 매스컴을 보자면, 동 시대에 같은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생각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근한 예로는 여야의 정치인들이 그렇고, 토론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쩌면 저렇게도 공통된 부분을 찾기가 힘든 것일까? 그러나 생각의 차이는 사회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건강한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하겠고 그래야 살맛도 날 것 같다. 심지어 갓 살림난 신혼부부 사이에도 생각의 차이는 비일비재하지만, 문제는 부부 사이는 나빠지지 않으면서 이것을 어떻게 잘 조율하여 단단하고 통일된 생각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그 과정의 건강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생각의 차이로 인한 피해들을 너무도 많이 당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에 북한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도발을 두 번씩이나 당했다. 그러고도 그들은 모든 원인적 책임을 우리에게 덮어씌운다. 평양 광장을 행진하는 군인들과 시민의 얼굴에는 광기어린 확신과 호전성이 가득 차 있어 저들이 우리 민족 맞나 의심이 들 정도이다. 하기야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정신문화를 낳은 독일이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키고 전범 국가가 된 것은 그들에게 생각이 모자랐기 때문이었을까?


또 우리는 매우 가까운 과거에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생각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하였다. 황 모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하여 난치병 치료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모두가 바랐지만, 불행히도 연구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도 그 추종세력이 남아 있다. 수개월 동안 촛불 시위를 통해 맹위를 떨치던 광우병 시비는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 수입 소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사람도 아직 없지만 그 소모적인 분열을 치른 판단착오를 사과하는 사람도 아직 없다. 수십명의 젊은 병사들이 희생되고 동강난 천안함 인양체를 보면서도 엉뚱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는 학력시비로 초죽음이 될 정도로 시달린 어느 연예인의 경력이 모두 진실임이 밝혀진 지금에도 괴담을 진실로 믿었거나 전달에 가담한 어느 누구도 사과 한 마디를 하지 않는다. 간혹 포털 게시판에 떠오르는 진료불만으로 흥분한 환자에 의한 의료인 난도질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예로써 동일 사건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은 마치 신앙처럼 믿으면서 검증된 사실은 한사코 믿으려 들지 않는 그 강인한 저항정신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우 유사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실체적 진실에는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 사실에만 눈길을 집중했다는 점, 그리고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성이 아닌 감성적인 판단에 호소하거나 압도당하여 거의 광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사회에 소위 상식(common sense)이라는 개념이 정말로 존재하는 실체일까? 정말 있다면 그렇게 쉽게 무너져도 괜찮은 것일까? 하기야 인류 문명의 모든 획기적인 발상들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범한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것을 보면, 생각의 차이는 오히려 장려되어야 할 터이고 그렇다면 상식적인 인간은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평범하고 시대와 체제에 잘 순응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상식이라는 가치개념이 무력해진 상황이라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어떨까?


사람의 생각은 강제할 수도 없고 강제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생각의 차이는 인간사회에 있어서 문화의 진보와 사회의 다양화를 위해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현상으로 건강한 사회의 한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차이에 의한 갈등이 도를 넘어 유해하고 파괴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회는 견고한 실체적 진실(팩트)을 기반으로 하면서 냉정한 이성적 판단에 의한 생각에 의해 지배되어야 하며, 그 반대편의 생각이 사회에 만연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사회가 아닌 선동에 의한 동물적 사회를 의미한다. 사회가 성숙해 질수록 이러한 불건강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수그러질 터이지만, 그보다 먼저 앞서야 하는 것은 이것을 여과해 낼 수 있는 합의된 검증시스템이 만들어져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회복하게 되지 않을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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