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할 리더 없나요

2014.04.22 10:43:40

월요시론

사성어 가운데 함포고복(含哺鼓腹)이란 말이 있다.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대 대표적인 성군 요(堯)임금은 천하가 진정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백성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느날 서민들이 사는 거리로 미행을 나갔다가 어느 노인이 나무 그늘에 앉아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노인은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 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내가 배부르고 즐거운데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를 들은 요 임금은 비로소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이제 되었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함포고복이란 고사성어는 이상적인 정치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함포고복이란 백성들이 의식주에 근심이 없고 태평하고 행복한 생활에 만족해 임금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의 세상을 말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정치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최근 대한민국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연일 자신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임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들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어 보인다. 마치 프랑스 루이 14세의 철없는 아내인 마리테레즈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너무 과한 나만의 상상의 산물일까?

프랑스 루이 14세의 아내인 마리테레즈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궁으로 처들어 온 시민들에게 “빵이 없다고요. 그럼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현실감 없는 소리를 했다. 우리 국민들이 지도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많지 않다. 불편하고 모자람이 없이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함포고복의 고사성어처럼.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두 배 두드리는 함포고복의 시대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정작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른 것은 서민들이 아니라 소수의 상위그룹 뿐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맹자는 제나라 선왕이 왕도(王道)에 대해 묻자 “백성들이 위로는 넉넉히 부모를 섬길 수 있고 아래로는 넉넉히 처자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며 흉년이 들어도 죽음을 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성들이 끼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적 요체임을 말하고 있다. 함포고복이라는 고사성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이라고 이러한 이치가 달라질리 없다.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카드를 돌려막고, 급전을 빌리려고 사금융을 기웃거리는 국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침체된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표나 수치상으로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물경기나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정부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을 비롯해 연일 터져나오는 생계형 자살과 범죄들은 현 정부의 보편적 복지정책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던 의료인들의 삶도 이제 “아 옛날이여!”를 회상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의료인들끼리의 무한경쟁은 고사하고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개원의들의 어려움은 그 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실제 전국적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받고 있는 직업군 가운데 의료인이 40%가 넘는다는 통계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물론 필자가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만큼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중국 고대의 성군 요임금처럼 성군을 뽑아야 하고, 제나라 선왕처럼 올바른 왕도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하지 못하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선거는 이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후보들. 그들은 명심해야 한다. 민초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그들을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또 유권자들은 함포고복의 고사성어를 실천할 수 있는 리더를 뽑아야 한다. 6·4 지방선거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때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찬일 동산치과의원 원장

이찬일 동산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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