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소에 길을 걷다가 ‘치과’ 간판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오고 뉴스를 듣다가 ‘치과’ 관련한 단어가 있으면 신기하게도 귀에 잘 들리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서울 OO경찰서는 모 치과 상담실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한 혐의(방화미수·업무방해)로 회사원 OO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다행히 김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불을 붙이기 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장에서는 10ℓ 들이 휘발유통 1개가 발견됐다. 김씨는 1년 전 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다 경과가 좋지 않아 재 치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분신하려 했다고 진술했고 반면 해당 치과 원장은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다 치아를 방치한 상태로 병원을 찾은 환자라며 치료를 받던 중 건강상 이상이 없었지만 과도한 금전 보상을 요구해 진료를 중단하고 민사소송 중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경찰은 좀 더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치과에서 환자와 의료진간의 여러 가지 불신과 다툼을 겪고 들은바 있지만 다른 것도 아닌 분신이라니… 과연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 이후에 그 사건이 어떻게 수습되고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 사건 전, 후에 있었을 치과 의료진과 환자(가족) 사이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과정들이 나에게 일어난 일 처럼 느껴졌다. 이일이 어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리라!
이렇게 답답한 현실을 공감하는 중에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새싹처럼 무엇인가가 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조금씩 자라 올라오는 것을 느꼈는데 “그런 일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가 환자와 불협화음이 생길 때에 그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이 다툼이 서로가 정당한 방법으로 하고 있는가? 결국 해법이나 예방법은 있을지? 라는 자문에 대해서, 최대한 감정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관계에 있어서 삐걱거림이 있을 때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관계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므로 그 사건에 대한 일반 분(환자가 될 수 있는)들의 인터넷 댓글들을 검토해 보았는데 “대한민국에서 환자는 항상 약자에 속합니다. 의사의 전문적인 의료지식들을 환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치과의사들끼리는 스스로 담합하여 끼리끼리 감싸주고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서 치과의사들이 잘못했다하여도 동료인 치과의사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대한민국 소비자라면 소비자의 잘못이 다소 있다 할지라도 소비자를 옹호해주어야 앞으로 대한민국의 치과진료 시스템이라던가 환자입장에서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라는 시각도 있고 “의사란 지극히 존엄한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기에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도덕성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 직업인입니다. 그러한 직분을 망각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나머지 명색이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인술을 편다는 (치과)의사가 보통사람보다 너그럽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입이 열 개 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라는 분위기의 내용들이 꽤 많이 있었다.
물론 모든 분들의 마음이 위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 내용에 공감의 댓글을 봇물처럼 올리는 것을 보았을 때에 참으로 우리 치과의사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하루하루가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 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모든 일은 그냥 일어나는 법은 없다고 한다. 그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갖춰져야 겨우 일어난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나 ‘하인리히의 법칙’등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선배 분들과 우리들이 뿌려놓은 환자분들의 ‘치과’에 대한 불신이 우리 후배 선생님들에게 가지 않을 수 있도록 무엇인가는 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직접 환자가 되어서 체어에 누워 치료를 받아 보면 치과 진료를 받는 환자의 처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느낄 수 있다. 우리들과 환자와의 관계를 역지사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하든 치과 진료는 환자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꼭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환자에 대한 사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적절한 소통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치과)의사의 감수성과 감정이입 능력이라고 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치과의사 분께서 쓰신 글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함께 나누면서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환자보다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금 보다 한마디 한 음절을 더 자상하게 우리가 하는 진료의 단계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할 수만 있다면, 언제나 침묵이 흐르지 않게 대기실안에 온화한 미소와 자상한 말이 떠다닐 수만 있다면, 정성이 담긴 차를 따듯하게 나눌 수 있다면…”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