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2題

  • 등록 2017.04.21 11: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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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침이 찾아왔고 또한 어제 그랬던 것처럼 출근준비를 하고 늦지 않게 병원으로 출근한다. 아침 9시에 전 직원 함께 둥글게 서서 스탠딩 미팅을 하면서 서로 밤새 안녕했는지 확인하고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자고 의기투합 하고 나면 오늘 찾아올 예약환자의 차트를 함께 열어보면서 그렇게 개원한 소아청소년 치과의사로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
오늘 찾아온 첫 환자는 어젯밤에 다쳐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만을 받고 급한 마음에 예약도 없이 찾아온 아이였다. 넘어지면서 얼굴을 바닥에 부딪혀 입술은 위, 아래 모두 퉁퉁 붓고 피딱지가 엉겨 붙어서 누가 보더라도 사안이 심각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고 입을 벌리니 안에도 온통 핏덩어리 투성이, 치아도 많이 흔들거리면서 손만 대도 아파하는 상태였다.

어제 밤 다쳤을 때 부터 너무 심하게 놀라있었고 또 앞으로 치러야할 치료과정이 많이 아플까봐 걱정되기도 해서 아이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울먹거렸다. 어머님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근심 가득한 얼굴로 눈물까지 눈가에 맺히신다.

겁이 많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선물용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니 굳은 얼굴표정이 풀리기 시작했고 천천히 흉측해 보이는 핏덩어리를 하나하나 닦아가며 보니 다행히 피가 나는 포인트 부위는 몇 곳으로 좁혀지고 많이 깨끗해진 상처주위와 입안을 보신 어머님의 얼굴이 그제서야 좀 편안해지신다. 그리고 방사선사진촬영 후 치근파절 등의 부가적인 이상은 안보인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을 때에는 더욱 나아지시는 표정에 흐뭇함을 느낀다.

이어서 아이에게 과산화수소수와 식염수가 든 시린지를 미리 보여주면서 주사기가 아님을 알려주고 간단한 소독을 해준 후에 흔들리는 치아를 레진와이어 고정술로 마무리하여 잘 협조해줌에 대해서 칭찬하며 진료를 마무리 하였다. 흔들리고 아프던 치아가 단번에 고정되고 아프지도 않게 되니 아이가 신기해하면서 밝게 웃는다.

처음 병원에 들어올 때는 모녀가 모두 근심가득하게 왔는데 진료 후 나갈 때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며 연신 고맙다고 하시면서 병원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에 솟아나는 그 무엇!

둘,
그 다음 차례는 그 동안 병원에 올 때마다 천지가 떠나갈 듯이 울어대던 여자아이! 과연 오늘은 어떨까 걱정하면서 진료실에서 만났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얘가 선생님께 드릴 것이 있데요”라고 하신다.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는데 아이가 쑥스러운 듯이 반으로 접힌 종이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뭔가 하고 펴보니 빈 여백이 더 많은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확실한 메시지의 편지! 내용은 ‘치과선생님 사랑해요’

본인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전략적인 편지인지, 아니면 그동안 비록 치료할 때에는 본인을 힘들게 했지만 본인을 위해서 그런거지 괴롭히려고 하진 않았다는 진심을 안다는 표시인지 구별되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아이에게 받은 그 편지는 이전에 누구에게 받아본 것 보다도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은 분명했다.

다행히 정기검진 결과는 합격! 특별히 치료할 이상은 없어서 플라크 제거 후 불소도포만 하면 되었는데 그동안의 협조도 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면서 잘 진행되었다. 너무너무 귀여운 아이!!! 이 맛에 아이들과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소아청소년 치과의사로서의 하루하루가 즐겁나보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 먹으러 병원 문을 나서니 따듯하고도 밝은 봄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인데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벅찬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행복감에 주체할 수 없이 취해버린 나를 발견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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