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초, 뉴질랜드 출신의 한 청년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세계 최고 높이의 산인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그는 8848미터라는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등반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그의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너는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해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시 돌아온 그 청년은 마침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섰다. 오랜 준비 끝에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이 청년의 이름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Sir Edmund Hillary, 1919~2008)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산악인이었다. 덕분에 이후에 많은 분들이 가능성을 믿고 오를 수 있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꿈을 이루려는 탐험정신과 도전하는 용기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감히 이렇게 거창한 에베레스트 산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는 쉬는 날이면 특별한 일과 겹치지 않는 한 청계산을 오른다. 이전에는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지 이해가 안가기도 해서 피해 다녔었는데 건강을 생각하게 되면서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운 겨울에도 날씨를 피하지 않고 10년이 넘게 해오고 있다. 휴일의 나머지 시간을 되도록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산행을 아주 이른 시간에 하는데 지인들과의 2시간여의 산행 후 아침식사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귀가하면 대략 오전 10시 전후가 된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쉬는 날 늦잠을 자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면서 동이 트려면 아직 먼 이른 새벽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으로 향하는 의지를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러 가는 힐러리경의 결의에 비교하면 너무 무리일까? 라고 생각해보면서 웃어도 본다.
요즈음은 입춘도 지나고 겨울이 거의 끝나가는 날씨이지만 이런 때에 산에서 오히려 넘어지는 일이 많이 생긴다. 눈이 녹아서 땅에 스며들어가 있다가 밤사이 얼어서 겉은 흙으로 보이지만 속에는 얼음인 상태인 부분이 군데군데 있게 되는데 그곳을 밟게 되면 아무리 좋은 등산화를 신어도 미끄러지게 마련이다. 아주 간단하게 적용되는 아이젠이라는 등산화 밑에 착용하는 도구와 등산스틱을 미리 준비해서 사용하면 이런 위험을 대부분 막을 수 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오르내리다 넘어지는 일을 많이 경험했었고 지금도 산행도중에 목격하게 된다.
우리의 치과생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하루하루의 병원생활이 엄청난 에베레스트 등정일지, 간단한 청계산 등산일지 모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끄러운 얼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고 스틱과 아이젠 역할을 할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두면 매일의 생활이 안전하고 즐거운 일상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라 생각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원장
분당예치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