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가 갑작스럽게 문 닫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어요.”
불법 의료광고를 자행하던 부산의 한 치과 원장이 갑작스럽게 잠적해 또 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부산 A치과 원장이 환자 10여 명으로부터 3000만 원 상당의 임플란트 등 시술비를 받고 잠적해 수사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해당 치과는 원장이 폐업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닫아 환자들이 진료기록을 발급받지 못해 병원을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현재 고소장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이에 피해
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A치과의 문은 굳게 닫혔으며, 치과 원장과 직원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A치과 원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와 경영난을 이유로 치과 문을 닫았고,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상태다.
A치과 홈페이지에는 과거 저수가 임플란트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형식의 불법 의료광고 등 의료법을 위반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해당 불법 의료광고에는 치과 이름과 함께 ‘당신이 원하는 미소를 찾아드립니다! 임플란트 50만 원, 모든 임플란트 맞춤 기둥 사용’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건물 관계자는 치과를 찾아온 이들 중 대다수가 임플란트가 싸다는 소문을 듣고 치료를 받다가 피해를 봤다며, 문제를 일으킨 치과 원장은 지난 1월 1일 이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 관계자는 “치료를 못 받은 환자들이 어디다 신고해야 하는지 몰라 나에게 묻기도 했다”며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도 치과에 선납 진료비를 내고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문을 닫은 탓에 치료가 중단됐고 남은 치료비도 되돌려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치과가 폐업 신고를 해야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오는데, 지금 원장이 폐업 신고도 안 한 상태라 다른 가게가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며 “건물주가 법적으로 소송을 걸어놓은 상태인데, 지금은 손도 못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 치열한 ‘개원 경쟁’ 따른 경영난 원인
이번 잠적 사건의 배경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개원 경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치과는 10년 이상 운영됐으며 최근 3년 전후로 해당 치과 인근에 다수 치과가 개원함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불법 의료광고가 치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날짜와 임대료가 밀린 시기도 이때와 일치했으며, 치과 인근에는 건물마다 치과가 빼곡히 자리했다. 이는 10년째 치과를 운영한 강남의 한 치과 원장이 개원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45만 원 임플란트’ 등 진료비를 낮췄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해 파장을 일으킨 사례와 유사하다.
건물 관계자는 “피해자 중에는 경찰에 신고를 해놨다고 접수증을 보여준 이들도 있었다”며 “피해자가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이와 관련 일선 개원가에서도 치과의사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서 개원가 경쟁이 비정상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점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라고 봤다. 치과의사 수의 지속적인 증가가 저수가 경쟁과 불법 의료광고로 이어질 위험을 키우고, 결국 환자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치과 원장은 “근본적으로는 치과의사 인력의 과잉 공급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치과대학 정원 조절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개원 일변도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를 확대하는 정책적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최근 반복되고 있는 선납 진료비 피해 사례와 관련, 지나치게 낮은 진료비를 전면에 내세운 불법 의료광고가 환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결국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임플란트와 같은 고액 비급여 진료를 저수가로 홍보하며 선납을 유도하는 행위는 부실 진료로 이어져 의료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환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의료적 피해를 남길 수 있다. 치과 의료기관 선택 시 덤핑 진료비를 내세우는 의료기관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