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기적이 될까? 이타적이 될까? 30대 젊은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명열을 앓게 된다. 체중은 40키로 대로 빠져 마치 소말리아인 같다. 공황장애까지 앓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쇠약하다. 게다가 허리 디스크가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최영규 원장(최영규 치과의원)은 그랬다. 최 원장은 30대 젊은 날에 불명열, 공황장애, 허리 디스크와 같은 육체적인 고통을 받은 후 이를 극복하면서 봉사에 눈을 떴다.
1994년 5월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서울시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째 토요일에 장애아동을 위한 치과진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최 원장. 그를 봉사로 이끄는 힘은 뭘까?
“젊은 시절 건강상 큰 문제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신앙적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하늘의 도움으로 치유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 원장에게 그 무엇인가는 결국 봉사였고, ‘하늘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인생의 비전을 세웠다.
장애아동에 대한 치과진료 봉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에 비해 녹록지 않다. 긴장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다칠 때도 있어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하늘과의 약속이기에 봉사를 실천해왔다. 25년 동안 꾸준히 봉사를 하다보니 이제는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봉사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곧 봉사가 됐다. 봉사를 함으로써 제대로 된 한 달을 보내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최 원장은 봉사에 대해 확고한 소신이 있다. 즉 봉사하는 치과의사가 많아질수록 사회의 큰 힘이 되고 추락된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최 원장은 “자신의 직업과 가정에 충실하면서 일정시간을 할애해 많은 분들이 봉사에 참여함으로써 이 사회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개인이 혼자 100시간을 봉사하는 것보다 100명의 사람이 1시간씩 봉사하는 것이 확대돼 사회 저변에 깔린다면 치과의사의 봉사는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종교사회로의 파급력도 또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이런 봉사문화의 확대가 불법네트워크치과나 먹튀치과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순작용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치과계에 봉사단체가 500여개 있는데 이러한 봉사단체가 2000여개로 늘어난다면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봉사는 단순히 남을 도와주는 행위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해지는 시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 봉사문화가 확대된다면 치과의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 원장은 꾸준히 봉사를 실천하면서 지난 2009년 아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부상으로 받은 상금 1000만원은 함께 봉사한 치과진료팀이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서울시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 기부했다.
지금도 서울시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최 원장은 은퇴 이후에는 어떤 봉사를 하면서 삶을 충만하게 할지를 고민해보곤 한다.
나는 무엇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을까? 남을 위해 쓰는 한 시간, 새해에는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내어주겠다는 결심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