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인 엄마, 아빠를 따라 자녀들이 모두 치대에 진학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김영균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주미희 원장 부부의 장녀 김상윤 씨에 이어 차녀도 올해 모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김영균 교수의 일가족 4명이 모두 치과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두 딸이 처음부터 치과의사를 준비했던 건 아니었다. 타 대학 1년 재학 후 다시 단국치대에 진학했던 김상윤 씨는 “재수를 준비하며 의대와 치대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재수학원 선생님도 부모님을 따라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해줬고,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을 계속 봤기에 치대에 진학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영균 교수가 있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상윤 씨는 “지원할 땐 아버지가 계셔서 더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학생 시절부터 양악·턱관절에 관심이 많아 배움을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수련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윤 씨는 아버지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받기도 했다. 김영균 교수는 유독 딸을 엄하게 대했는데, 한 번은 수술실 참관 중 나가서 서 있으라고 혼났던 경험도 있다. 상윤 씨는 “평소 딸바보 아버지에게 혼날 땐 무섭고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치과의사 김영균 교수를 더욱 존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상윤 씨의 노력도 있었기에 다른 동료처럼 교수인 아버지 앞에서 선배에게 혼나는 평범한 수련생이 될 수 있었다. 상윤 씨는 “이젠 부모님처럼 인정받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사범대를 졸업해 교원자격증까지 취득한 차녀는 최근 모 치의학전문대학에 입학했다. 교생 실습까지 나갔지만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 후 치과의사로 진로를 변경했다.
두 딸을 치대생으로 키워낸 비결을 묻자 김영균 교수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반발이 심해진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두 딸이 각각 일반 대학교와 사범대학교로 진학했을 때도 알아서 진로를 잘 결정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린 결과 두 딸은 모두 아버지의 뒤를 쫓아왔다.
장녀 김상윤 씨가 구강악안면외과를 선택했을 때도 우려했던 부인 주미희 원장과는 달리 김 교수는 “고생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할 수 있는 영역도 넓고, 보람도 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딸들에게 치과의사를 추천하는 이유는 노력하면 오래도록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 그는 “건강관리만 잘하면 70·80살이 되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고도 친구들에게 밥을 살 수 있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는 그동안 치과의사로 걸어온 길을 담은 책 ‘김영균 교수의 구강악안면외과 30년’을 최근 발간했다. 요즘 들어서는 맡은 연구와 논문을 후배 교수들에게 나눠주며 환자 진료 시간을 늘렸다. 은퇴한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다는 김 교수는 “앞으로는 환자·가족·운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