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1~2년, 길게는 5~10년 페이닥터 생활을 하고 대부분 개원을 하게 되는 치과의사의 삶. 비교적 최근인 1~2년 내 개원을 한 새내기 개원의들로부터 ‘개원을 하고 바뀐 부분’을 들어 봤다.
지난해 4월 지하철 2호선의 한 역세권에 개업한 A 원장은 “자질구레한 서류처리부터 신경 써야 할 행정업무가 많다. 특히, 심평원에서 온 우편 등 오지 말아야 할 기관(?)에서 온 우편물 등을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말했다.
A 원장은 “처음에는 직원과 계약서 작성하는 것부터 스트레스였다. 요즈음에는 근로자를 위한 각종 혜택들이 있어 이를 반영한 각종 신청을 관공서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틀린 부분을 다 알려주면 될 것을 몇 번을 수정하라 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규모가 큰 병원이라면 모를까 작은 병원에서 노무사를 이용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보험청구 등 진료 외에 신경 써야 할 행정업무가 많아 어렵다”고 밝혔다.
A 원장이 하나 더 토로한 어려움은 기자재 구입과 재료관리의 문제. 병원을 운영해 보니 최초 개원할 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비와 재료를 필요 이상으로 구입한 부분이 후회된다는 의견이다. A 원장은 “최초 개원 할 때 기자재업체 영업맨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꼭 필요치 않은 장비나 재료를 패키지로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료의 경우 소진량을 고려하지 않고 물량을 넘긴 후 재고처리가 원활치 않을 때 난감하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상치 못하게 환자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재고관리 체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북의 중심 상권에 개원한 B 원장은 직원 구하기의 어려움을 상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라고 밝혔다. 초창기 구했던 주축 멤버 몇 명이 단합이 잘 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B 원장은 “좋은 스탭을 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성실하고 마음이 잘 맞는 직원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 또 만나도 이를 잘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개원을 하고 직원들의 업무분장에 애를 먹었다. 바쁘고 정신이 없다보면 업무경계가 모호해지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겼다. 적정 인원수, 업무 배분이 경영의 핵심인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 B 원장은 “직원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임금을 좀 더 높여주는 것 같고, 직원 중 숙련된 직원을 둬 관리에 대한 부담을 나누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주변 동료 중에는 직원들에게 잘 해주려다 오히려 휘둘리는 경우도 있어 그 정도를 어디 둬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랜 페이닥터 생활을 하다 최근 개원한 C 원장은 개원 후 매출, 수익에 대해 얘기했다. C 원장은 “수익은 페이닥터 때보다 높아졌다. 투자된 자본의 규모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초기 장비구입, 임대료 등에 들어간 대출금 상환기간 등을 고려하면 3~5년은 돈을 벌어도 내 돈이 아닌 것 같다”며 “신환이 많아지면 당연히 기쁜 마음이 들지만 그만큼 환자관리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높아진 수익만큼 책임져야 할 것들도 늘어나 불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C 원장은 “개원을 하니 본격적으로 치과의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국 이 길이 평생의 내 길, 대부분 치과의사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페이닥터 때가 마음만은 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