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일 구강보건의날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가보니...

  • 등록 2020.06.05 14: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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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곳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장애인 구강지킴이’ 활발
인력 부족·고된 업무·낮은 수가 악순환 반복 고충 토로
장애인진료 어려움 있지만 소명의식 갖고 최선
치대·치전원 장애인 치과 교육 강화, 정부 지원도 필요

 

 

“장애인 치과 진료는 치과의사로서 소명의식이 없으면 사실상 힘들죠.”

 

오는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본지는 서울, 충남, 제주 등 전국의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이하 센터)를 찾아 장애인 치과 진료 현황과 고충을 살피고, 개선점 등을 들었다.


현재 전국에는 15곳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거나 구축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 치과 진료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멀어 보였다.


각 센터에서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고충은 인력 부족이었다. 그 밖에 고된 업무, 낮은 수가 등도 해결 과제였다.


# 마취전문의 수급 어려워


인력 부족과 관련, 특히 치과 마취 전문의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전문의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만큼, 지방은 더 나은 여건을 제시해야 할 텐데 오히려 여건이 나쁘기 때문이다.


충남센터(센터장 도레미) 초기 센터장을 역임한 김승오 교수(단국치대 치과마취과)는 치과 마취 전문의 구하기를 소위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마취과 전문의 관점에서 치과가 생소할뿐더러 장애인 분야는 노하우가 없으면 힘들기에 더욱 꺼리는 상황이지 않을까 한다”며 “나도 만약 30대에 제안이 왔다면 쉽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젊고 실력 있는 마취과 의사가 오려면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센터(센터장 조찬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제주센터는 보존과, 보철과, 구강외과, 소아치과 등 치과의사가 본 업무 외에 추가로 겸무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전신 마취가 필요할 때는 본원 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치료를 하고 있다
 

조찬우 제주센터장은  "제주도 내 많은 중증 장애 환자분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기에는, 중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고된 업무에 걸맞지 않은 진료 수가는 더욱 장애인 치과 진료를 꺼리게 만든다. 현재 뇌병변ㆍ정신ㆍ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진료 수가는 진찰료로 789원(9.03점, 1점 당 87.4원)을 가산하며, 치석제거를 포함한 15개 항목에는 기존 행위료에 추가로 100%를 더 청구한다.


장애인 환자 특성상 예방 진료는 더욱 취약하기 마련인데, 스케일링을 예로든다면 일반인은 수가 금액이 37996원(378.01점, 종별가산 적용)이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75992원(756.02점, 종별가산 적용)이 지원된다. 그러나 장애인 진료에 필요한 2~3명의 인력과 자원을 고려한다면 이것만으로는 태 부족한 현실이다.

 

금기연 중앙센터장은 “장애인 진료에는 일반 진료와 비교해 인력과 재료비가 최소 두 배 많게는 세 배 가량 더 든다"며 "진료 난이도가 높고, 장애인 환자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 이를 보조해줄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하고, 치료 실패 가능성도 있어 재료를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수가 보상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보조 인력의 부족, 예약 환자 ‘노쇼(No-Show) 등도 고충으로 꼽혔다.


김 교수는 “진료 시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장애인 환자를 잡아줄 보조 인력 등 4~5명 정도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나, 보조 인력 수급이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다”며 “또 장애인 환자들이 예약하고 갑자기 오지 않거나, 기타 질환으로 예약 취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장애인 진료 시스템화 필요


여러 문제점이 제기된 만큼 각 센터에서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장애인 치과 진료 기피 현상에 대해 금 센터장은 치과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장애인 치과 진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재단 등 민간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 센터장은 “장애인 치과 진료는 치과의사로서 소명의식이 없으면 힘들다. 이는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지난해 장애인 치과를 전문 과목으로 지정해 이수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치과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장애인 치과 관련 커리큘럼을 강화하거나, 원내생 진료에서도 장애인 치과 임상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앙센터뿐만 아니라 권역별 센터에 대한 정부의 고른 지원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중앙센터가 각 권역에 새로 구축될 센터의 롤 모델이 되고 있으나, 다른 센터도 중앙센터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회의적”이라며 “한 곳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각 센터가 고르게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구강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증환자는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울뿐더러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들기에 예방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환자가 장애판정을 받는 순간부터 치과에 조기 내원시키는 시스템이 있어야 추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제도화할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또 치과의사 개인의 도덕적 판단에 기대하기보다는 각 치과의사가 감정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좀 더 많은 이익이나 동기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시온·최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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