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운영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임대 종료 통보에 대해 질문하자 이주하 씨의 눈은 금세 눈물로 촉촉이 젖었다. 이주하 씨는 현재 더스마일치과에서 근무 중인 유일한 치과위생사다.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그의 걱정은 오로지 환자뿐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장애인의 미소를 되찾아준 더스마일치과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현실이 암담하게만 다가온다.
더스마일치과(센터장 이긍호)는 2014년 11월 영등포 나로센터에 둥지를 튼 이후 지난 6년간 약 1000명에 달하는 장애인의 구강건강을 돌봐온 스마일재단의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임대인인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이하 복지회)의 임대 계약 종료 통보로 이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본디 외부에 있었던 복지회 사무실을 나로센터로 이전 결정하며 더스마일치과에게 퇴거를 요구한 것이다. 복지회가 요구한 기일은 7월 30일로, 이미 기한은 넘긴 상태다. 3개월가량의 짧은 시간 내에 병원을 이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연장을 끈질기게 요청해 왔지만 복지회는 강제 철거를 운운할 만큼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더스마일치과가 지난 6년간 큰 어려움 없이 진료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복지회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회는 지금까지 최소한의 관리비를 제외하고 더스마일치과의 임대료를 전액 감면해줬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와 터무니없이 짧은 기일은 그동안 쌓인 정이 무색할 만큼 야속하다.
민여진 스마일재단 국장은 “복지회의 배려로 더스마일치과가 유지돼 왔기에 감사함도 크다. 하지만 이렇게 퇴거를 요구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며 “조금만 기일을 연장해달라고 협상 중이지만 녹록지 않다. 실제로 강제 철거가 벌어지진 않겠지만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치과 찾는 85%가 중증장애인
이긍호 센터장은 “현재 더스마일치과를 찾는 장애인 중 85%가 중증장애인이다. 또 이 가운데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약 68%나 된다”며 “오랜 시간 행동조절을 연습하며 더스마일치과에 익숙해진 환자가 많은데 급작스럽게 이전을 하게 돼 미안함이 크다. 더구나 지금껏 후원금으로 가까스로 운영해 왔기에 이전으로 인한 짐이 더욱 무겁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현재 더스마일치과는 서울시 및 여러 단체와 접촉하는 등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더스마일치과는 중증장애인 진료에 필요한 최첨단 의료 장비와 전신마취 시설을 운용하고 있기에 유지비가 적지 않다. 또한 환자의 행동조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일평균 6명밖에 진료를 보지 못해 자체 수입만으론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높은 임대료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벅차다.
설상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건물을 찾기도 힘들다. 특히 더스마일치과의 경우 중증장애인 환자가 많은 만큼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비롯해 소형 침상을 옮길 수 있는 엘리베이터, 환자 휴게 및 대기 공간 등 필요한 제반 시설이 더욱 많다.
이주하 씨는 “최근 장애인치과센터가 늘어났다지만 아직 전국 각지에서 먼 길도 마다치 않고 더스마일치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며 “더스마일치과가 없어지면 갈 곳이 없다는 분들도 계신 만큼 사라져서는 안 될 장애인의 보금자리”라고 말했다.
현재 더스마일치과는 공공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나눌 곳을 찾는 중이다.
김건일 스마일재단 이사장은 “장애인치과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해주시거나, 장애인 구강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동참해주실 기관이 있다면 언제든지 스마일재단(02-757-2836)으로 연락해주시길 바란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