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해묵은 과제인 보조인력 구인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덴탈어시스턴트(Dental Assistant, 이하 DA) 제도가 단기 속성 과정을 통해 보조인력 수급에 활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치과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문제인 경력단절녀(이하 경단녀)의 취업 기회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치협은 한국형 DA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 협조를 당부하거나, 보조인력문제해결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회원 1006명을 대상으로 보조인력난 해결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가 ‘DA 제도 도입’을 꼽는 등 치과계가 DA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DA 제도를 통해 치과의사·치과위생사 보조 업무를 비롯해 치과 감염관리, 환자와의 소통 등 치과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DA를 양성하고 있다. 국내 상황에 비춰보면 치과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닮은 셈이다. 물론 미국에도 국내의 간호조무사 격인 널싱어시스턴트(Nursing Assistant)가 있지만, 이들은 치과에서 일하지 않고, DA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DA의 자격 요건으로는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에 상응하는 학력 외에는 큰 요구 사항이 없다. 미국 39개 주에서는 정식 면허를 요구하고, 나머지 주에서는 정식 면허가 없어도 가능하다. 특히 단기 과정의 경우는 사설 교육 기관의 교육을 이수하고, 추가로 치과보조인력 교육기관인 DANB(Dental Assisting National Board)가 시행하는 엑스레이 자격증만 취득하면 된다.
단기 과정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네바다주, 인디애나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3~4개월 코스로 이론 96시간, 실습 40시간을 더해 총 136시간을 이수하면 된다. 한국의 간호조무사가 1년의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이론 교육 740시간 이상, 실습 교육 780시간 이상을 요하는 것과 비교해 컴팩트한 교육 과정인 셈이다.
학비와 수업 내용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펜실베이니아주 사설 교육 기관인 ‘Contemporary Health Career Institute’의 경우를 살펴보면 총 10주 과정에 약 3000달러(한화 359만 원)의 학비가 들며, 치과 보조 업무의 전반을 비롯해 방사선 사진학, 치과 임상학 등을 교육한다. 오전에는 이론 공부, 오후에는 실습 활동이 있으며, 각 챕터에 관한 시험을 매주 치르게 된다.
커리큘럼을 수료한 후에는 교육 기관이 치과로 구직자를 직접 연결해주거나, 지원자의 구직 활동을 통해 취업이 이뤄진다.
DA의 주요 업무는 석션 등 치과의사·치과위생사 업무 보조를 비롯해 진료 전 환자 건강 상태 체크, 치과 내 소독 및 장비 세팅, 치아 인상채득, 진료 예약 및 접수, 엑스레이 촬영 등이다. 근무 시간은 일 9~10시간, 주 35~38시간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봉은 미국 노동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으로 치과위생사(7만7230달러)의 50~60% 수준(4만1170달러)이다.
# 경단녀 취업 확대에 도움
통계청의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 884만4000명 중 경단녀는 19.2%(169만8000명)로 나타났으며, 40%가량이 ‘주변에 일거리가 없다’고 응답했다. DA 제도는 단기 속성 교육 과정을 통해 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경단녀의 취업 기회를 넓히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말 치과의사 300명을 대상으로 한 본지 설문조사에서 보조인력 구인난 해결책으로 19.8%가 ‘유휴인력 활용’이라고 응답한 만큼 국내 개원가 인식과 맥을 함께 한다. 미국의 경우도 새 커리어를 시작하는 구직자의 상당수가 DA를 고려하는 추세다.
펜실베이니아주의 DA인 김제나 씨는 “DA는 자격 조건이나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아 이민자 등 새 구직자들이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조인력 간 업무 영역 갈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장한나 워싱턴D.C 치과위생사협회 회장은 “미국은 모든 주에서 치과위생사와 DA의 업무를 법률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철저하게 분담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DA제도가 잘 정착하려면 치과 종사자들간 업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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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덴탈어시스턴트 ‘제나 킴’
“짧고, 쉬운 교육 과정 맘에 들었죠”
미국 덴탈어시스턴트로 제2의 인생 ‘제나킴’
엑스레이 자격증 별도 취득…큰 어려움 없어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던 ‘제나킴’은 지난 2015년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직업적 고민이 그녀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빛을 발했던 영어 실력이 미국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탓이었다. 프리스쿨에서 간간이 근무하며 지인들과 정보를 공유하던 그녀는 현지에서 메디컬 분야의 취업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고, 관련 직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직업 자격 요건을 알아보니 녹록지 않았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탓에 선수 과목을 이수해야 했고, 긴 교육 기간도 발목을 잡았다. 여러 정보를 수소문한 끝에 그녀는 사설 기관 교육을 통한 ‘덴탈어시스턴트(DA)’ 취업을 택했다.
제나 씨는 “교육 기관에서 급히 채용을 원하는 치과로 직접 취업을 알선해줬고, 무엇보다 단기 속성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교육 과정 수료 외에 엑스레이 자격증을 별도로 취득한 것 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6년 가을, 10주간의 교육 수료를 앞둔 제나 씨에게 행복한 소식이 찾아왔다. 한 교정전문치과에서 구인 연락이 온 것. 한 시간 동안의 면접 끝에 그녀는 마침내 DA 취업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제나 씨는 교정전문치과 DA 특성상 치형 본뜨기, 와이어 교체, 엑스레이 촬영 등을 했다.
그녀는 “환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었지만, 의사소통에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었고, 환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니 원장님도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또 유연한 근무 및 복지 혜택은 그녀가 먼 이국땅에서 순조롭게 정착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제나 씨는 “휴가, 연말 보너스 등 복지도 만족스러웠다”며 “또 매년 성과 평가를 받고 연봉 협상을 할 기회가 있는데, 인상 폭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치과계는 보조인력 구인난 해결을 위한 DA 제도 도입에 힘쓰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구직자들이 새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오픈마인드만 가진다면 순조롭게 정착하리라는 것.
“한국에 이 제도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돼요. 도입돼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은 커리어 변경의 기회가 자유로운 것 같아요. 구직자의 커리어 변경에 대한 오픈마인드와 함께 임금 등 처우가 개선된다면 한국에도 DA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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