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에 목말라 하던 중 신박한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Drive & Listen”이라는 사이트(driveandlisten.herokuapp.com) 입니다. 전 세계의 여러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마치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거리의 소음도 들을 수 있고 현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과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죠.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먹방 유튜브도 늘 인기가 많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먹방은 대리만족을 준다고 합니다.
먹지 않아도 계속 보고 있으면 자신이 먹은 듯 포만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오히려 식욕을 자극해서 폭식과 비만을 불러온다는 보고도 있으니까요. 즉 대리만족이냐 아니냐는 자신에게 달린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 어쩜 평생 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대리만족을 위한 독서는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손꼽히는 세계 여행지에서의 짜릿한 여행 경험 공유
20년 여행의 빛나는 순간들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아
『다시, 여행을 가겠습니다』 앤의서재, 2021
제 또래 사람들이 다 그렇듯 저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해외에 나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습니다. 1989년 이전에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해외여행 자체를 못 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짜릿한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지금의 사람들은 힘듭니다. 즐기던 그것을 못 해 생기는 금단증상이 생기는 겁니다. 여행생활자 백상현 작가가 여행의 시간을 애타게 기다려온 지구별 여행자들을 위해 다시금 펜과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여행지 1순위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체코, 크로아티아 등의 유럽은 물론 페루, 볼리비아, 모로코,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인도, 일본의 비경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여행의 빛나는 순간들을 이 책 한 권에 고이 눌러 담았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여행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림 같은 사진과 삶의 지혜가 담긴 저자의 진솔한 글은 ‘여행의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여행하는 듯한’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대리만족 여행을 통한 힐링을 경험하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세계 경제 중심이 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
산업공학, 게임 등 실제 IT서비스와 기업 사례 통해 소개
『매타버스』 블랜비디자인, 2020
엔비디아의 창립자 겸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이 지난해 10월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Metaverse is coming).”고 얘기했습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verse’의 합성어입니다. 온라인 게임, SNS,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지도&내비게이션 등 앞으로 이런 메타버스-디지털지구는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세계가 될 것은 자명합니다. 이 속에서의 대리만족은 극에 달합니다.
저자 김상균 교수는 산업공학, 게임 등 다양한 연구 가운데 이 변화를 감지하고 각 영역을 알기 쉽게 실제 IT서비스와 기업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지구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기반의 제조, 유통 기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그저 먼 세상 이야기, 일부 디지털 마니아나 Z세대들의 놀이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0대인 저는 모르던 내용이 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초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방대한 메타버스의 영역을 설명하느라 깊은 인사이트는 부족한 듯하지만 입문서 정도로 보면 무난합니다. 좀 더 깊은 내용의 책이 조만간 나오길 또 기대합니다.
능력주의하에서 굳어진 성공·실패에 대한 태도 큰 부작용
뒤처진 사람들에 부과되는 가혹한 잣대 적나라하게 보여줘
『공정하다는 착각』 와이즈베리, 2020
“개천에서 용 났네”란 말을 제가 어렸을 때는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라가 더 잘 살게 된 이유도 있겠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보았을 때는 불평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듯합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회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정당합니다. 하지만 공평의 잣대를 놓으면 그것이 정의롭냐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계층이동은 어려워지고, 불평등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능력을 불가침 가치로 둔 채 공정을 추구하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샌델은 이 책을 통해 능력주의하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에 대한 태도’가 현대사회에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승자들 사이에서 능력주의가 만들어내는 오만과, 뒤처진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가혹한 잣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샌델의 강의를 듣기 위해 하버드를 가지는 못해도 이 책으로 대리만족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