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원장은 치아보험을 들었다고 말하는 환자를 접하면 머리부터 아파온다. 일반 환자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보험 청구 관련 각종 서류들을 일일이 챙겨줘야 하기 때문. 특히, 보험사마다 양식이 다른 ‘치과치료확인서’를 보면 ‘이런 것까지 치과에서 써 줘야 하나?’란 생각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스탭들에게는 환자들에게 싫은 티를 내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A원장은 “타과의 경우 실손의료비 등 사보험 청구 시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 정도만 발급해 주면 되는데 유독 치과만 보험사별로 별도의 치료확인서 작성을 요구한다. 이는 진단서와 차트 등을 보고 보험사에서 처리해야 할 영역”이라며 “환자들과 마찰이 싫어 처리해 주곤 하는데 작은 치과의 경우 행정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치아보험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와 더불어 치아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부터 시작해 우체국, 농협 치아보험에 이르기까지 개원가에서 접하게 되는 치아보험 수는 20여개에 육박한다. 문제는 치아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들이 치과에 진단서나 진료차트 외에 별도의 치과치료확인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그 양식도 제각각이라 이를 작성하려는 의료진의 추가적인 행정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치아보험과 관련 치과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서류는 치과치료확인서, 진료기록사본, 진료비 영수증, 보철치료 시 치료 전후 엑스레이 사진 등이다. 이 중 치과치료확인서는 타과에는 보통 없는 양식으로 환자의 기본인적사항, 치료한 치아 번호, 치료시작일, 질병분류코드 등을 기본 기입사항으로 하고 있으며, 이 외에 각 보험사마다 추가로 요구하는 정보와 서류양식이 상이해 의료진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 이를 환자가 직접 챙겨오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출력하거나 팩스를 통해 보험사로부터 해당 서류를 받아야 하는 등 추가되는 행정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치과 자체 진료기록을 우선 기입하고 치과치료확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경우 환자들의 불만제기로 의료진과 환자 간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소규모 동네치과에서는 치아보험 관련 서류 준비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제시하고 있는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 업무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환자나 환자 대리인으로부터 자료 요청이 있을 경우 가능한 신청 즉시 발급해야 하며, 종이 또는 필름 등의 출력본이나 USB나 CD 등의 저장매체 등 가능한 환자 편의성을 우선 고려한 형태로 사본을 제공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이 환자의 치료·진단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모든 기록, 이에 대한 제증명서, 환자가 제출한 각종 동의서, 위임장 등도 사본 발급 대상으로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자료의 범위가 넓다.
# ‘보험설계사가 작성 하라’ 대응키도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법정양식이나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양식으로 제공하면 될 뿐, 이를 환자가 임의로 가져오는 별도의 양식대로 작성해 줄 의무는 없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상 양식을 제공받는 대상자가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양식 외 임의의 양식을 가져와 작성해 달라고 할 경우 이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한번 보고 말 환자가 아닌 이상 환자가 요구하는 치과치료확인서 기입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한 원장은 “환자에게 ‘치과치료확인서를 해당 보험사 담당자에게 작성해 달라고 하라’고 응대하는 치과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이 같이 응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치과치료확인서 작성은 진단서 등을 보고 보험사가 직접 처리하면 될 업무다. 하다못해 통일된 양식, 온라인 전산망 등을 통해 기입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치아보험을 취급하는 한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는 “치아보험의 경우 치아의 개수가 많아 정확한 치아번호와 진료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치과치료확인서를 요구한다. 고객이 복잡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치과에서 진단서와 차트만 받아 달라. 치료확인서는 제가 작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