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vs 의사

2021.08.25 11:44:43

시론

최근 MBN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병원 CCTV 설치 문제를 이슈로 방송하는 과정에 수술장 내 의료사고의 한 예로서 성형외과에 재직하는 치과의사(구강악안면외과)의 광대 수술장면을 소개하며 마치 치과의사에 의한 광대 수술이 마치 속칭 “야매”로 하는 수술처럼 무자격 일반인이 행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황당한 수술인 양 소개를 하며 패널들 및 인터뷰하는 의사들도 맞장구를 치며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각하게 오해하게 하였다. 방송 후 항의 전화 등으로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하였는지 방송국측은 해당 예민한 장면(패널의 멘트)일부는 다시보기에서 삭제하고, 다음 방송 말미에서 왠지 자문하는 성형외과의사들의 입김을 느낄 수 있는 애매모호한 문구의 정정 보도를 수 초간 띄우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다.


이에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대한양악수술학회, 대한악안면성형구강외과 개원의협의회의 4개 유관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에 대한 법적 소송을 포함하는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였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 등과도 긴밀히 협력하여 그간 성실하게 소임을 다해온 치과의사의 명예가 몇몇 무식하고 비윤리적이며, 양식없는 자들의 손에 더렵혀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에 의한 치과의사의 명예훼손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의사(주로 성형외과)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지극히 상업적인 목적에 기인하며 치의학에 대한 무지 및 일반인들의 치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20세기 초 성형외과의 태동기, 특히 안면부 성형은 치과의사들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성형외과학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에도 치과의사(구강외과)들의 역할은 지대하였으며, 하버드 성형외과교실의 설립 및 초대 주임교수를 맡은 분이 당시 하버드 치대 구강외과 교수였던 카잔지안 교수였던 것만 보아도 그 위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성형외과학회 전문의(미국 성형외과전문의는 일반외과 등 다른 과 전문의 자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가 되는 데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는 보다 쉽게 전문의를 받을 수 있고, 특히 성형외과 내에서도 안면 골격부(양악, 광대, 윤곽 등)의 성형을 다루는 성형외과의는 많은 경우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도 같이 가지고 있는 더블 보더들이 맡고 있다. 구강악안면 수술 분야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 독일의 경우를 보아도 정식 명칭은 Mund-Kiefer-und Plastiche Gesichtschirugie 로서 우리말로 하면 입-턱-성형적 얼굴외과이다.


실제 안면 골격 성형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모두 이루어지며, 독일의 경우에도 일반 성형외과가 있으나 이들은 주로 화상 치료 및 연조직 성형에 치중하며 치과의 면허가 없으면 교합과 턱관절, 저작근에 영향을 미치는 수술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 위주의 영역 싸움이 아니라 해당 분야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지식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진료영역을 우선 판단하려는 합리적인 독일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이러한 합리적 고려가 없는 국내 상황에서 유독 턱 수술 후 의료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입증이 된다.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라면 일년에 대략 두 세건 이상의 외부의 타 과에서 시행한 턱뼈 수술(턱뼈 골절, 양악, 윤곽, 광대 수술 등) 후 부작용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를 보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흔한 몇가지 예를 들면 턱뼈 골절 후 골절편 정복수술 시 턱관절을 살피며, 교합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환자의 술 후 교합은 여전히 엉망인 상태이고, 환자의 말을 빌면 의사 말이 얼굴 모양은 잘 잡아 놓았으니 치아가 안 맞는 것은 치과 가서 교정이나 보철을 하라고 했단다.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또 다른 흔한 예는 윤곽 수술 시 턱관절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광대 수술 시 너무 뒤로 잘라 턱관절부가 상하여 입을 못 벌리게 된 경우나, 사각턱 절단 시 턱관절까지 잘라지는 경우이다. 제일 황당한 예는 어떤 성형외과의가 양악수술을 엉터리로 하여 하순 감각상실, 개교합, 개구 장애가 발생했던 경우인데, 이를 교정과 책임으로 돌리는 성형외과 의사의 의견에 술 전 교정해준 교정과 의사가 다 자기 잘못이라고 분쟁 위에 탄원을 한 예이다. 이에 대한 심사를 하며 환자를 성형외과로부터 의뢰받는 교정과 의사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라는 마음에 착찹함을 느낀 적이 있다.


그간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은 그래도 같은 의료인이라고 사고를 저지른 일부 의사들을 감싸주고 환자를 달래어 치료를 해주어 왔다. 이렇게 치과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양악이나 윤곽을 하는 많은 성형외과 병원들이 “값이 싸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잘 못하기 때문에 젊은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를 고용하고, 겉으로는 마치 자기들이 하는 것처럼 행세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본 사건의 경우와 같이 사건이 터지면 외부에는 자신들이 하면 잘하는데 비용상 “무자격자”인 치과의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며 치과의사를 무시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접할 때마다 필자에게 떠오르는 단어는 그저 “황당함” “적반하장” “후안무치”이다.


그간 선의로서 타과에서 사고를 낸 환자들을 문제 안 생기게 배려하며 봐 주던 스스로에게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굳이 양악수술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성형수술의 수준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최고이다. 이러한 수준을 만들어온 많은 개척자적인 성형외과의사들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사적으로 만나면 양악수술이나 턱뼈 골절 수술은 당연히 구강악안면외과에서 하는 것이 최선인 것을 잘 알고 있고 실제로 환자를 의뢰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가장 잘 낫게 해줄까 늘 고민하여야 하는 것은 의료인의 가장 원초적인 사명이다. 안타깝지만 현대의 많은 의료인은 이러한 본분을 망각하고, 환자의 몸을 단순한 경제적 대상으로 보는 듯 하다. 내가 잘 해줄 수 없는 치료, 혹은 내가 할 수 있지만 더 잘해줄 수 있는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모습인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일반 치과의사들도 설령 본인이 진료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분야의 진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대처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양악수술이던 윤곽수술이던 최소 악안면의 교합과 턱관절, 저작근이 관련되는 수술은 단순한 영역싸움 때문이 아니라 우리 치과의사들이 더 잘 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고, 그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하여 우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사람들과 혹은 집단에 대하여는 더 이상 참지 말고 모두 당당하게 한 목소리와 단합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안타깝지만 치과는 의료계에서 약자이다. 약자가 단결마저 못하면 우리의 자존감과 위상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다. 추후에는 부디 타과에서 적반하장으로 우리를 무시해도 참기만 하고, 또 타인이 저지른 사고의 책임을 아무 죄 없는 본인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치과의사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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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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