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상에서 학생으로 살아남기

  • 등록 2021.09.08 11: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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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에 가까워졌다. ‘여름에는 괜찮아지겠지?’ 라던 작년 봄의 걱정이 무색하게 코로나는 여전히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가 누구의 예상보다도 장기화되면서 사회도 처음엔 허둥대는 듯 하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나는 학생으로서 코로나에 적응하고 있다.

 

처음 코로나가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20년 봄에 비대면 졸업식을 하고, 21년 봄부터는 비대면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된 지금, 또 다시 비대면으로 교수님들을 만나 뵙게 되었다. 오랜만의 비대면 강의를 듣다 보니 새삼 여러 생각이 든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묘한 편안함도 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치의학대학원에서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고, 수업이 되기는 하냐고. 그래서 학생으로서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적어볼까 한다.

 

먼저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에 그나마 제일 수월한 부분이다. 줌이나 녹화강의를 통해 진행된다. 좋은 것이 있다면 단연 편리함이다. 9시 수업이지만 8시 50분에 일어나는 게으름이 허용될 뿐더러, 부리나케 윗옷만 그럴듯하게 갈아입지만 바지는 잠옷이어도 된다는 것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적어진다. 심지어 녹화 강의의 경우에는 씻지도 않고 잠옷차림으로 수업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은 학업에는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한다.(나에겐 칼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정신이 덜 깬 상태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며, 웹 서핑과 카카오톡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상당한 절제력이 필요하다. 놀라운 것은 교수님들의 강의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갑작스러운 퀴즈를 내시거나, 교수님께 다이렉트로 가는 메세지로 질문에 답을 하게 만드는 등 어떻게 해서든 학생을 집중시키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실습은 최대한 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의학에서 실습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기에, 대면 실습에 대해서는 누구도 볼멘소리를 내지 않는다.

 

제일 아쉬운 부분은 동아리 활동인데,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은 전면 폐지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개강 이후로 단원들 혹은 팀원들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동기들도 꽤 있다고 한다. 동아리 선배들을 만날 때 마저도 4명 혹은 2명씩만 만나야 하는데, 그때 잠깐씩 듣는 썰(?)을 듣다 보면 이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비대면으로 학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현재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는 뉴스를 여러 번 접했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나 또한 학생이지만 납득할만한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찬가지일까?

 

아마도 코로나가 찾아오기 전 선배들의 학업 성취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1학기의 게으름에 대한 반성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거라 믿는다. 말 그대로 ‘나 하기 나름’ 이니까.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선배, 동기들 그리고 교수님들과의 관계와 애착이다. 생판 남을 대할 때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을 대할 때 우리의 마음가짐은 다르다. 실제로도 시험이나 실습 때 한번이라도 뵀던 교수님은 괜히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 교수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게 되는 효과도 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학업의 분위기를 이끌고, 서로 기회를 주기도 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모두 각자 할 일만 해내며 차가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관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관심’이 아닐까? 그러나 화면으로만 만나는 관계에서 진지한 관심을 주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온전히 나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니터 속 사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화면 속 관계에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나부터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나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누구도 빠짐없이 원하는 바겠지만, 이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때까지, 또 앞으로도 끝없이 적응하며 살아갈 모두를 응원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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