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의 대한민국 치과의료

2022.02.16 16:14:27

시론

현재는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의 과거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역사책의 한줄 한줄이다. 누구나 현재는 늘 순조롭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만한 끝도 없는 팬데믹 상황, 세계 곳곳의 전운과 강대국의 패권싸움, 대선을 앞둔 혼란한 국내 정세까지 그저 평온한 현재를 바라는 개인들의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지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동물 중 타조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저 머리를 땅에 박고 현실도피를 한다고 하는데, 인간 체면상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고, 고대 유대 경전에서도 말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정신에 입각한 현실 회피(?)본능으로 문득 30년 후 미래의 치과의사를 상상해 보았다. 30년은 한 세대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고 한 세대 이후 정도는 현재 상황을 비추어 보며 현실적으로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아주 황당한 상상은 아닐 듯하다.

 

2050년의 치과의사는 어떠할까? 30년전의 과거인 1980년대 초반과 현재의 차이만큼일까?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여러 변수들이 있겠지만 치과의사의 변화된 모습은 무엇보다 우선 치과의료의 변화에 달려 있을 것 같다. 30년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진료도 있고, 전혀 새로운 진료도 있다.

 

특히 치과의료기술은 일반 과학 기술 발전이 가장 먼저 접목되는 의료 분야이기에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과거 30년간의 차이보다는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변화의 가장 큰 축은 진료에 있어서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의 보편화일 듯하다. 아울러 각종 치과질환을 예방하고 손상된 치아 혹은 조직을 재생하는 중개치료(translational medicine) 기술 또한 적극적으로 치료 현장에 도입될 것 같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며 제한된 지면 내에 몇 가지 주요 분야에서만 간략히 미래를 예상해 본다.

 

어느덧 치과치료의 중심이 되어 버린 임플란트 치료는 어떻게 될까? 노화를 막을 수 없는 한 치아상실을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상실된 치아를 수복해줄 수단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20세기 인류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는 치아 임플란트는 30년 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임플란트의 형태 혹은 재질, 식립 방식 및 보철방식은 현재와는 꽤 다를 듯하다. 그 중 거의 확실한 변화는 식립 방식으로 거의 100% 로봇이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미 산업 현장에는 임플란트 식립이나 치아삭제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에 로봇이 적용되고 있고, 치과 분야에도 보편화는 안 되었지만 10년전부터 임플란트 로봇도 나와 있다. 미래에는 현재보다 비용도 저렴하고 더욱 영리한 로봇이 나올 것이고 여기에 치료계획까지 완벽히 보조할 수 있는 AI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임플란트 뿐만 아니라 치아와 같은 경조직의 치료의 경우는 로봇의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다소간의 치과의사의 지시와 개입의 여지는 남기겠지만 상당한 부분은 로봇에 의하여 시행이 될 것으로 생각되며, 아마도 수립된 계획을 승인하고, 시작버튼을 누르고,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불의의 상황에 대처할 준비 정도의 역할정도만 하게 될 것 같다.

 

치조골 이식술 및 연조직 치주 수술의 경우는 움직이는 조직을 잡고 자르고 거상하는 등 치아 시술에 비하여는 많은 변수와 동시에 여러 기구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좁은 구강 범위에서 완전하게 로봇에 의하여 수술이 진행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듯하다. 치열교정치료의 경우는 현재에도 이미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AI에 의한 치료계획 수립 및 3D 프린팅 등으로 제작된 맞춤형 교정치료 장치가 완전히 보편화 될 것으로 생각되며, 더 나아가 부정교합을 성장기부터 예측하여 미리 대처하는 기술이 더욱 정교하게 발전할 것 같다. 치과 분야 수술에서 가장 복잡한 구강악안면외과의 수술은 또 어떨까? 이미 구강악안면외과 분야에도 3D 프린팅, 3D 시뮬레이션 적용은 보편화되고 있다. 30년 후는 역시 로봇에 의한 수술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다만 제한된 공간에 보다 많은 기구가 적용이 되어야 하며, 중증 출혈 등의 부작용 시 치명적일 수 있는 시술의 특성상 여전히 술자의 개입은 일반 치과치료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물론 완전한 로봇 수술화는 시간 문제일뿐 결국은 로봇에 의한 수술로 모두 대치될 것은 명백하다.

 

결론적으로 30년 후 치과의료는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해주어야 하는 기술적 작업이 매우 적어질 것 같다. 질병 예방 기술 발전에 더하여 인구도 줄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수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의료인의 소명의식으로 내 분야의 환자가 적어지고 의사가 직접 할 일이 적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혹시 사회의 중요한 직업군으로서의 치과의사의 효용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을런지 다소(?) 염려도 된다. 이는 비단 치과의사뿐 아닌 일반의사에게도 적용되는 걱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의료시술을 로봇이 담당하게 되는 시대가 되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로봇이 하는 시술은 치과의사에 의하여 최종 결정될 수밖에 없고, 적어도 한 두세대 내에는 치의학 지식 활용 주인은 여전히 치과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단지 좀 더 발전된 형태의 핸드피스이거나 메스로 간주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대학, 협회, 정부는 이러한 미래 상황의 변화에 미리미리 대처하는 것은 필요할 듯하다.

 

현재 치과의사의 기능적 술기를 배양하는 데 할당된 많은 실습 시간은 어느 정도 줄이고 그 대신 좀 더 폭넓은 의학 전반에 대한 교육 및 융합의학적인 지식 함양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될 필요도 있을 듯하다. 치과 치료의 AI 적용 및 로봇화로 혹시 현재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는 치과 전문의의 재편이나, 경계가 더욱 적어질 의과와 치과의 자연스런 통합 추진도 상당히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현재 말이 많은 의대 정원 증대, 치대 정원 축소가 한번에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과학기술 및 의료기술이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며 불확실한 미래에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말미에 뜬금포 같은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시기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혹시 진지하게 치과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들께는 주의가 환기되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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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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