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생으로서 기초 치의학 연구하기

2022.03.07 10:30:57

Relay Essay 제2490번째

저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구강조직·발생생물학 교실에서 학생 연구원으로, 2021년 전국치대 학생학술경연대회에서 치주인대세포 면역반응 연구를 바탕으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공부와 연구를 병행한 제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자 글을 작성했습니다.


우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과 1학년 때 수강한 “악골과 경조직” 수업에서부터였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뼈의 발생과 병리, 치조골과 일반 경조직에서의 차이점을 배웁니다. 자유 레포트 과제로 총의치 환자의 치조골 재흡수에 대해 탐구했는데, 힘이 가해지면 더 많은 골 침착이 일어난다는 Wolff’s Law의 일반적인 원칙에 모순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홍희 교수님께 관련된 교정학, 정형외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상의드리다가 연구를 직접 해보자는 결심을 했고, 본과 1학년이 끝나는 겨울방학 때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10-10 프로젝트에서 지원하는 학생 연구비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실험 관련 인건비와 식비, 연구비를 지원받았습니다. 학생 연구원들은 실험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사용하는 시약 비용도 만만치 않아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는 생물학과였지만, 포유류 세포로 실험한 경험은 전무했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엔 간단한 실험기법에서도 실수나 시행착오가 많았고, 이럴 때마다 선생님께 지도를 다시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방학이 끝날 즈음 기본적인 세포실험은 대부분 터득했고, 가르쳐주신 포인트들을 잊지 않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지도받을 땐 최대한 간략히 연습장에 메모했고, 저녁에 실험과정을 실험노트에 복기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선생님들이 여유 있을 때 바로 여쭤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서부터 실험 중 급하게 도움을 찾거나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제 연구는 ‘치주인대세포가 표면 수용체 종류에 따라서 어떤 염증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치주인대세포는 치주인대섬유와 백악질을 생성, 선천면역반응, 인장력의 감지, 중간엽줄기세포와 비슷한 작용, 콜라겐포식 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세포입니다. 전통적인 치주균에 해당하는 red complex bacteria는 그람 음성균이라서 TLR4 수용체를 통해 치주인대세포에 작용해 IL-1b와 같은 파골세포 유도 인자를 발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에 최근에 치주염에서 중요성이 대두되는 Filifactor alocis는 그람 양성균이라 TLR2 수용체를 통해 인식됩니다. 치주인대세포가 아닌 중간엽줄기세포의 경우 이식편 대 숙주 질병 (GvHD) 연구에서 TLR의 종류에 따라 염증을 악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형질전환을 거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주인대세포도 TLR 종류에 따라 상황 특이적인 염증반응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치주인대세포에서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 항원을 처리했을 때 각각의 염증반응을 관찰했습니다. 실제로 두 경우에 치주인대세포에서 발현되는 사이토카인이 달랐으며, 파골세포 유도능도 달랐습니다. 세포실험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교내 학생학술경연대회 예선을 거치고, 전국 학생학술경연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현재는 추가적인 세포실험과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시도한 후에 논문 발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실험은 쥐에서 치주인대세포 분리에 성공했을 때입니다. 실험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교정용 목적으로 발치된 인간 소구치에서 얻은 치주인대세포를 세포주화 시킨 세포를 실험에 사용했는데, 여러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라 heterogeneity가 너무 커서 명확한 데이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유전적으로 비슷한 쥐에게서 치주인대세포를 얻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펍메드 논문을 통틀어 쥐의 치주인대세포를 얻어 실험한 연구는 3편 이상 찾지 못했습니다. 인간이나 개에서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쥐의 구치에 적용했을 때는 연조직 크기의 차이로 인해 세포가 전혀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장골의 중간엽줄기세포(bone chip mesenchymal stem cell)를 분리하는 프로토콜을 변형해 적용했더니 세포분리에 성공했습니다. 이 실험 내용을 프로토콜 형식으로 정리해 다른 선생님들께 전달했습니다. 제 이름이 들어간 프로토콜을 생산하게 돼 기뻤고 연구실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학기 중에 연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시간관리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실험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타임 포인트가 정해진 실험은 시작하고서부터 실험실에 돌아오기까지 스케줄을 실험자 본인이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0시간, 4시간, 12시간에 세포에 무언가를 처리해야 한다면 오전수업 직전에 실험을 시작해 점심시간, 저녁 실습이 끝난 직후에 실험실에 방문했습니다. 타임포인트 관련 실험이나 PCR과 같이 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진 실험은 학기 중에도 일정 관리를 통해 충분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험하는 요일을 정해 가능한 많은 실험을 병행하는 연구생 동기의 전략도 들었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시간이 많이 필요해 실험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사전에 미리 연구실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실험실에 당분간 방문하지 못할 것을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배양하던 세포나 키우던 동물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 관리가 어려워서 다른 선생님들의 실험까지 오염되는 대형사고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포나 단백질 등은 적절히 보관하면 장기간 온전하게 유지돼 큰 차질이 생긴 경우는 없었습니다.


동기와 연구 경험을 나누다 보면 스케줄 관리나 연구 방식이 매우 다양했습니다. 1년의 시간을 들여 내놓은 서로의 독특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도 매우 큰 보람이었고 치과대학에서의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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