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복 기준은 있는가?

2022.04.06 15:20:02

박병기 칼럼

2022년 3월 21일 ‘치과대학 6년 노후준비 10년’ 주제로 광치세미나를 주최하였다. 세미나를 준비하며 ‘내가 갖고 싶은 것 3가지’ ‘내가 하고 싶은 것 3가지’ ‘내가 되고 싶은 것 3가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을 이루었을 때 나는 정말 행복할까? 그렇다면 나는 평생 죽을 때까지 행복과는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다.

 

행복이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스럽지 않는 상태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苦(괴로울 고)라는 한자는 艸(풀 초) 古(옛 고)로 이루어졌다. 풀 속에 오랫동안 있을 때 수많은 벌레와 함께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苦)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풀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풀 속에 있으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면 풀 속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고, 되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艸(풀 초)가 아닐까?

 

40대 중반 원하는 것, 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원하는 것이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지면 세상은 재미없을 것이다. 내 노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에게 갈등을 갖게 되어 괴로웠다. 그 갈등이 내 마음 전체를 덮고 있기에 그냥 사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다행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거였다. 고통의 긴 터널 속에서 헤맬 때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 있어 소개를 한다.

 

2014년 4월 5일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에서 선정된 법륜 스님의 금강경을 읽던 중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려 책을 덮고 동네를 2시간 걸었다. 그날은 일요일 2시경이었다. 8년이 지나 지금도 그 순간이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다.

 

깊은 산속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던 스님이 1000일 동안 하루에 넷으로 나누고 한번에 2시간씩 기도를 이어가기로 결정을 하고 정진을 이어갔습니다. 1000일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눈이 많이 와서 땔감도 양식도 거의 남지 않아 한 겨울인데도 불도 때지 못하고 공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눈이 조금 그치자 장작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양식과 땔감을 구해 나설 즈음 갑자기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도저히 산속 암자에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쏟아졌습니다. 3년을 하루같이 지성으로 기도한 스님은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습니다. 눈이 조금 잦아들자 마을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산을 올랐습니다. 암자에 도착해 보니 댓돌 위에 웬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거였다. 스님은 신발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 엄동설한에 땔감이 없으니 신발 주인은 얼어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약 사람이 죽었다면 천일기도는 영험이 있기는커녕 재앙만 짓게 되는 것이 아닌가. 방문을 열었을 때 얼음장 같아야 할 방안은 후끈 후끈하고 낯선 객승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땔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법당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셔놓은 부처님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 자고 있는 객승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소리쳤습니다. “야 이놈아 명색이 출가한 중이 어떻게 부처님을 땔감으로 쓰느냐?” 하며 객승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팼습니다. 그러자 객승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스님 잠깐만 손을 놔보세요. 급하게 찾을 것이 있단 말이오.” 스님이 무슨 일인가 싶어 멱살을 노아주자 객승은 허둥지둥 부엌으로 뛰어가 아궁이를 뒤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스님이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야! 이놈아 지금 게서 뭐하는 짓이야?” 그러자 객승이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사리를 찾고 있소” 스님은 기가 막혀 꽥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이런 정신 빠진 놈 같으니라고.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단 말이냐!” 그러자 객승이 힐끗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면 마저 가져다 불을 때야겠군. 그 순간 스님은 자기모순을 깨달았습니다.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냐는 말은 그게 무슨 부처냐 나무토막이지와 같은 말이었던 것이다.

 

깨달음이란 그렇게 자기 속에 있는 모순을 보는 것입니다. 꿈꾸는 것처럼 헛되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있는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스님이 목불이 부처가 아님을 깨달았듯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갈등, 욕심으로 인한 괴로움이 내가 만든 괴로움이기에 마음속에서 지워버리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능력을 벗어난 욕심이 있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스스로 괴로움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일체 유심조(一切 唯心造) 나 하나 마음 잘 먹으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대학 1학년 입학하고 1년 동안 ‘나는 누구인가?’ ‘행복이란?’에 대해 고민을 하며 동료와 선배들과 대화를 하며 주제로 삼았다. 러시아 고전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나는 박병기다’이다. 행복에 대한 답을 얻기에는 젊었다.

 

나이 51에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질문을 하였다. 21세기 북스에서 시리즈로 나온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3권을 읽었다. 그리고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평생 교육원 강의를 1학기에 1과목씩 3년을 듣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에서 나를 알기 그리고 행복과 관련된 책을 추천하여 회원들과 토론을 하였다. 50대 중반에 나만의 기도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59세 광치세미나를 준비하며 행복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고민의 결과를 적어본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이 순간을 희생하지 않는 것. 내일도 오늘처럼 행복하기 위해 오늘 열심히 사는 것.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최선을 다해 바꾸도록 노력한다. 바뀌지 않으면 받아들인다. 그릇에 물이 넘칠 때는 잠시 쉬고 그릇 하단부터 튼튼히 하면서 그릇을 키운다. 그렇지 않으면 넘치는 물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도록 길을 내준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보다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만들고 떠나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함께하는 대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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