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세상에서 우리의 자세

2022.04.06 15:38:41

시론

직원을 시작으로 지인과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확진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우리 막내 녀석도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옮아 온 모양이었다. 나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근처의 처갓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막내는 39도의 고열을 넘나들며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자기 전에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는 이제 샤워하고 이 닦고 해서 입에 있는 바이러스가 좀 빠져 나가서 앞으로 여섯 밤만 더 자면, 다 나아서 우리를 만나러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은 할머니에게도 여섯 밤만 참으라고 쿨 하게 말했다. 나는 집 떠나 지내야 하는 소소한 불편 때문에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나 막막했는데, 녀석은 씩씩하게 자기 전 안부 전화를 하는 모습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며칠 후 막내를 돌보던 아내도 자연스럽게 감염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환경생태 분야의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작년에 발표했었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의 최근 100년간 식생의 변화를 추적 조사했다. 온도와 강수량, 구름의 양,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생의 변화를 지도로 만들었다. 중국 남부와 미얀마, 라오스 지역은 한 세기 전만 해도 열대 관목수림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박쥐가 서식지로 애용하는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1900년대 초반 박쥐 종의 전 세계 분포와 현재 박쥐 종의 분포를 분석했다. 최근 100년간 40종의 박쥐가 중국 남부와 인접한 라오스, 미얀마 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박쥐가 보유한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도 약 100종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 숙주로 지목된다. 감염병 학자들은 특정 지역에 갑자기 박쥐 종이 늘어나면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바이러스성 감염병 발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매니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앞으로 다른 감염병 위협을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류가 농경생활을 한 이후 1만 년 동안 전 세계 산림의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고 한다. 특히 지구의 허파인 열대우림의 파괴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인간의 발길이 드문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밀림 지역에는 각종 미지의 바이러스가 득실거린다. 사람에게 각종 출혈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진 밀림 바이러스 종류만 해도 수십 종에 달한다고 한다. 밀림을 개간하여 농작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사는 각종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인간에게 노출된 적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인류에게 퍼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HIV와 에볼라 바이러스도 그렇게 퍼졌다고 한다.

 

이 글을 준비하는 사이에 우리 막내와 아내의 자가 격리도 끝났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이 모든 현상과 불편함은 우연이 아니라 인류에게서 비롯되었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점은 지금과 비슷한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안 된다.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나오는 내용으로 마무리 한다. “이제 환경 문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내게 닥칠 문제가 되었다. 경제 사회 환경 측면에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하도록 경종을 울린 핵심 키워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다. 공동체에 닥친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이해할 줄 알아야만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이웃집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성 믿음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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