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치과 치료, 우리가 함께 해야지 않을까요?”
임지준 대한치매구강연구회 대표(따뜻한치과병원)는 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를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치매 환자는 장애인 환자보다 국가‧사회적 지원이 부실해, 치과 내원 기회조차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구강건강관리도 어렵다. 치매 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채용 인력에 치과위생사가 배제돼 있어, 전문적인 교육은커녕 일상적 영역의 칫솔질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신 오랜지플랜’이라는 정책사업을 통해 치과의사의 치매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관련 교육에서 치과의사가 제외돼 있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치매와 구강건강은 굉장히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지만, 환자의 구강건강관리는 식사나 배변, 기타 위생관리에 밀려, 요양보호사조차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 환자 ‘이해’ 필수 시대 온다
하지만 임 대표는 “일선 치과가 무턱대고 치매 환자 진료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장애 환자와 달리 치매 환자 진료는 ‘행동조절’의 어려움뿐 아니라 ‘고령’이라는 위험요소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랜 경험을 축적한 임 대표 또한 난색을 표할 때가 잦다.
임 대표는 “20년 이상 치매 환자를 대한 저조차 여전히 진료 시 두려움을 느낀다”며 “하지만 치매 환자 구강건강관리는 인생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소중한 치료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임 대표는 일선 치과에서 치매 환자를 진료할 수는 없더라도 ‘치매’ 자체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경증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 환자는 증상 자각 없이 치과를 내원키도 하는데, 이때 인지력 저하로 인해 치과의 과실과 무관한 의료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임 대표는 고령 환자 내원 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시간‧연령 혼동 ▲급격한 성격 변화 ▲가글 시 물 흘리기 ▲상담 중 화제 전환 시 이해 불가 ▲스스로 파노라마 검진 불능 등과 같은 이상행동이 발견될 시, 경증 치매를 의심하고 그에 따른 검진을 미리 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진료 시에는 ▲초진 시 각종 병력 상세 확인 ▲치과 진료 여부에 관한 담당 주치의 소견서 확인 ▲보호자 진료 동의서 수집 ▲진료 중 발생 가능한 문제 상세 설명 등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태도도 중요하다. 임 대표는 치매 환자를 대할 시 ‘변연계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인지능력은 저하됐더라도 감정은 살아있기 때문에 따뜻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진료 협조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환자의 인지능력이 저하됐다고 해서 소통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상담 시에는 보호자뿐 아니라 환자 본인과 필히 동석해야 불안과 공포를 덜어낼 수 있다.
#치과 내 결속력 강화 효과
이처럼 치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의사항을 준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특히 임 대표는 치과 내 구성원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직업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치매 환자 진료를 통해 발생하는 선한 영향력이 치과 내에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 본인 외 보호자 가족에게도 치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장기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치매는 더 이상 치과계가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60세 이상 노인의 30%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이는 즉, 치과에서 모든 치매 환자를 회피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