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구강보건의료제도와 고령사회 치과의료포럼

2022.05.31 13:24:25

정회인 칼럼

독일은 1932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선진국 중 가장 빠른 1972년에 고령사회로, 2009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으며 2018년 기준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독일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을 매우 일찍부터 겪은 독일은 연금제도, 노인인구 경제활동 참여 독려 제도 마련 등 고령화에 동반되는 문제를 대비하고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독일의 장기요양(long-term care)을 위한 사회보험인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보건의료분야의 고령화 정책인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원형이다.

 

구강보건의료분야에서 독일 연방 치과의사회(German Dental Association, BZAK)와 전국 공적 건강보험 치과의사협회(Federal Association of SHI Dentists, KZBV)가 다양한 학회 및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로서 개발하고 추진해온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건강 보험 개혁안인 “장애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구강”(Oral health despite handicap and old age, AuB-Konzept)과 건강 보험 개혁 및 정책에 적절한 근거(evidence)를 제공하는 구강 분야 국가조사(national oral health survey)인 DMS(Deutsche Mundgesundheitsstudie)를 소개하고자 한다.

 

AuB-Konzept은 Alter und Behinderung Konzep에서 비롯된 명칭이며, alter와 behinderung, konzept는 각각 연령(age)과 장애(disability), 개념(concept)에 해당하는 독일어이다. AuB-Konzept은 건강보험에서 의존성이 높은 사람들(in need of care)에 대해서 치과 치료에 대한 추가 급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독일에서 건강보험 치과 급여와 수가를 결정하는 German Standard Assessment Scale for Dental Treatment Items(BEMA-Z)을 만들 때 세 가지 가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가정은 첫째 환자가 스스로의 구강 위생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수행할 능력이 있음, 둘째 환자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치과에 정기적 내원할 수 있음, 셋째 환자가 치과의사의 치료에 협조할 수 있음이다. 이 세 가지 가정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고령자와 장애인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서는 예방, 이송, 전신마취 등 치과의료와 관련해서 추가적인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AuB-Konzept의 실현을 위해서 독일 치과계 뿐 아니라 시민단체 및 다양한 학회가 협업하였다. 그 성과로 2012년에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방문료(fees for visiting immobile patients)가 건강보험에서 신규 급여에 포함되었고, 2014년에는 요양시설과 치과의사의 계약(Joint cooperation between dentists and nursing homes)이 추가되었으며, 2019년에는 치과의사와 요양시설의 계약이 요양시설의 의무(mandatory)가 되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독일의 구강 분야 국가조사(national survey)인 DMS(Deutsche Mundgesundheitsstudie)는 노인 집단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의 근거(evidence)를 마련하기 위해서 조사 항목을 개발, 수행하여 노인에 대한 건강보험급여의 지속적인 확충을 뒷받침하였다.

 

2014년 수행된 제 5기 DMS(DMS V) 에서는 65세 이상으로 정의되어 있던 노인을 더 젊은 노인(65-74세)과 더 나이든 노인(75-100세)으로 구분하여 그동안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더 나이든 노인(75-100세)에 대한 구강건강지표를 산출하고, 수발보험의 판정 등급 기준에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75-100세 노인 집단에서 의존성이 높은 경우 치은출혈과 무치악 비율이 높았는데, 스스로 치과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율은 38.8%에 불과하여 의존성이 없는 노인의 68.2%에 비해서 크게 낮았고, 구강위생관리에 도움이 필요한 비율도 29.8%로 의존성이 없는 노인의 6.7%에 비해서 크게 높았다. 이와 같이 DMS V를 통하여 독일 수발보험의 판정 등급 기준에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75-100세 노인에게서 더 높은 치과 필요도가 나타났지만, 이들이야말로 스스로 치과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구강위생관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강건강을 증진시키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취약한 집단이라는 근거를 확보하였다.

 

AuB-Konzept이 치과의사단체를 넘어서서 다양한 보건의료 및 시민 단체들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의존성이 높은 집단에 대한 구강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2022년 3월 21일, 대한노년치의학회,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대한치과보험학회, 대한여성치과의사회 등 5개 단체가 (가칭)고령사회치과의료포럼을 구성하여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 심포지엄은 각 단체가 그 동안 고령화사회에서 치과계의 역할과 관련해 고민했던 과정과 성과 및 어려운 점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되었고, 치과계의 고령사회와 장애인 문제에 대한 기여를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러한 장에서 이루어진 논의가 구강건강조사를 통하여 얻은 실증적인 데이터로 뒷받침되고 다시 이러한 데이터를 통하여 더 발전하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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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인 연세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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