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료 영역과 대학 치과병원의 역할

2022.07.06 14:55:38

Relay Essay 제2508번째

예비 치과의료인들 즉, 학생들이 치과대학에서 받게 되는 이론 교육이 치과의사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는 내용 위주라면 개념화된 지식을 체화하여 습득하는 것은 치과병원에서의 임상 실습 중에 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치과대학과 치과병원에서 받게 되는 다양한 이론 및 실습 교육 과정은 치과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능적 능력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치과 의료인으로서의 철학과 사회 속에서의 역할 인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자 경험이다.

 

따라서 치과대학 4년 동안 보고 듣게 되는 내용들은 치과의사로서의 자화상의 재료가 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량과 기능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확립하게 되며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 영향이 주위로 전파되어 거꾸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시선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작용은 국민들의 치과의사에 대한 인식 즉, 치과의사에게 기대하는 전문적 역량과 기능 범위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 치과의사의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 범위를 정의할 수 있으나 사회적 동의나 인식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실체가 없는 치과의사들만의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진료기관이자 교육기관인 대학의 치과병원은 학생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에 끊임없이 치과의료 영역과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직접 수행함으로써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최근 각 지역 대학 치과병원에서 장애인 치과 진료센터를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진료를 시작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 방식과 방안을 고려한 기획과 실천이 앞으로 더 필요하겠지만 각 대학 치과병원에서 노력하고 있기에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에는 조금씩이나마 진전이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그렇다면 치과의료 영역 부분은 어떠할까? 효용성이 뛰어난 치과재료 개발,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진료 등 다양하고도 많은 재료와 기기들이 대학, 기업 또는 개인 치과에서 꾸준히 개발되어 치과계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치과의료의 발전이며 치과의료 영역에 관한 것은 또 다른 범주이다. 치과의료 영역을 결정짓는 것은 치과의사가 국민 구강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나 개인 또는 중소형 치과에서 모든 범주의 구강악안면 질환에 대한 진료를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학 치과병원에서의 진료가 치과의료 영역을 설정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되므로 대학 치과병원은 사회적 책무와 더불어 또 다른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대학 치과병원도 많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일종의 사업체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치과 영역 설정의 문제는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어야 하는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충돌하는 두 가지의 논점 속에 구강병리과가 있으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의료계 내에서 구강악안면 질환 진단 영역을 치과 분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과의료 영역에 대한 고민이나 의료인으로서의 존재의식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일부 의료인의 경우 의과 병리과로 의뢰하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구강병리학 전공 치과의사들은 구강병리과 진료과목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치과영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채 30명도 되지 않는 구강병리 전문의들의 노력과 희생으로만 유지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는 대학 치과병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 상 개인치과, 종합병원, 대학병원 할 것 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수익을 창출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긴 하나 최소한 대학 치과병원들은 이러한 노력들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 일이 후배 치과의사들이자 제자들을 위한 길이며 치과의료 영역 축소를 막기 위해 절실한 문제이며 의료인으로서의 존재감과 관련된 것이라면 말이다. 당장의 수익을 쫓다보면 조그마한 이익이 우리 손에 쥐어지겠지만 그것이 치과 의료 영역을 점점 축소시키고 우리 모두를 좁은 섬 안에 가두어버리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노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한 생명연장이 아닌 삶의 질이 중요한 화두이자 관심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며 구강건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국민 구강건강 증진에 치과의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위상을 가지고 어떤 의료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지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것은 치과의사 모두의 몫이겠지만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리더들이 많이 나와 국민들로부터 치과의사가 보다 존중받고 신뢰받으며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혜련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병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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