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인의 성장에도 PT(Personal Trainer, 퍼스널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2022.07.26 14:39:31

Relay Essay 제2511번째

요즘은 개인 PT샵이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헬스장에서 PT(Personal Training)를 받는다고 하면 ‘오~ 운동에 돈 좀 쓰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비용이 좀 부담되어 그만둘까 하다가도, 혼자만의 의지로는 꾸준히 운동하는 게 힘들었기에 돈을 내고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목적으로 PT를 끊었었다. 특히 다이어트할 때는 각종 유혹으로부터 나를 지독하게 잡아줄 수단으로 반드시 필요했다.

 

트레이너: 하나, 둘, 셋... 열.. 한 번만 더! 마지막 한 번만 더! 진짜 마지막!

나: 아니, 방금 마지막 했잖아요? 도대체 언제가 마지막이에요? ㅠㅠ

트레이너: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딱 한 번만 더!

 

다리에 힘이 풀리기 직전까지 남은 동작을 반복하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트레이너: 마지막 세 번이 진짜 힘들었지? 그 앞에서 안 하고 싶었지?

나: 와! 진짜 힘들었어요.

트레이너: 혼자 했으면 힘든 순간 멈췄을 걸?

나: 당연하죠. 그냥 저거(가장 쉽고 편해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운동 기구)로 넘어갔겠죠.

트레이너: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있는 거야. 우리는 알거든. 10번까지 했는데 힘들잖아. 사실은 거기서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을 때까지 조금 더 해줘야 그때 제대로 근육에 자극이 시작되거든. 그 3번만 더 버티면 고지에 오르는 걸 우리는 아는데, 혼자 할 때는 그걸 모르니까 힘들려고 할 때 많이 했다 착각하고 포기하게 되는 거야. 결국 힘과 시간과 돈을 쓰면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못 보는 거지.

 

결국 나는 그 트레이너 덕분에 다이어트와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고지 앞, 포기하고 싶었던 마지막 그 한순간, 한순간을 잡고 끌어줬기 때문이다.

 

중간 관리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직원의 말.

“실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 문장으로 시작하면 대부분 퇴사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퇴사의 이유는 다양한데, 내가 개인적으로 직원을 가장 쿨하게 보내주는 경우는 치과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할 때이다. 학교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의 쇼핑몰을 운영해 보고 싶다거나, 과거에 못 이룬 꿈을 이제라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등.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발전하고 개척하기 위한 시도에 엄청난 응원과 박수를 보내준다. 결혼하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해봤는데 별거 없으면 그때 다시 치과로 돌아와도 늦지 않다고.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경우는 특별한 계획 없이 그저 일이 힘들고, 사람 관계가 힘들어서 퇴사하겠다고 할 때이다. 특히나 고년차인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위 트레이너 스토리를 인용하여 면담하곤 한다.

 

많은 직원들이 성장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 역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한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퇴사를 외치는 그 고년차 친구에게 고지가 얼마만큼 남았는지, 그 고지에 오르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그 고지에 올랐을 때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 나에게는 훤히 보인다. 하지만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모르고, 그 앞에서 힘들다고 멈춰 버리는 그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이다.

 

이럴 때 헬스장 트레이너처럼 직원들에게도 개인 PT를 붙여 줘야 한다. 힘들어 그만하고 싶을 때 누군가 나에게 동기 부여가 되어 내 손을 잡고 끌어준다면, 그 고비를 쉽게 넘기고 고지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게으르고 싶고 편하고 싶은 본능은 존재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장 여부가 갈리게 된다. 본인이 알아서 깨우치고 이겨낼 수도 있지만, 헬스장 트레이너처럼 제3자의 손길이 닿으면 훨씬 더 이겨내기 쉽다.

 

지금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가? 나에게 맞는 트레이너를 찾아보자. 나의 직속 상사일 수도 있고, 다른 파트의 상급자일 수도 있고, 치과가 아닌 외부에서 만난 선배가 될 수도 있다. 친한 동료끼리 서로 힘을 합쳐 미래를 함께 그려가며 서로의 트레이너가 되어줄 수도 있다.

 

후배가 지금 힘들다고 하는가? 후배 양성과 치과의 성장에 큰 역할을 기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가 트레이너가 되어 후배도, 치과도,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자. 트레이너의 역할은 별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고 읽어주는 면담, 적절한 교육, 내가 먼저 행동하는 솔선수범. 이거면 됐다. 누구라도 치과인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

이은지 더와이즈치과병원 경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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