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최고 특권, 방학!

2022.08.10 13:37:00

스펙트럼

7월 1일, 뜨거웠던 여름날의 날씨처럼 치열했던 11과목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방학이 찾아왔다. 방학은 학생에게 있어 최고의 특권이다. 27살이나 먹은 내가 방학이라고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철없어 보이긴 하지만 신나는 이 마음을 숨길 수는 없다.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내 방학만큼은 부러움에 몸서리친다. 내가 생각해도 약 2개월 동안의 온전한 자유시간은 부러워 할 만 하다.

 

친구들마다 이 소중한 방학을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연구에 뜻이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연구활동에 매진한다. 동아리 활동이 방학에 집중되어 있는 친구들은 합숙훈련에 참여하며 동아리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용히 보내기도 한다. 나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여행을 선택했다. 아마도 3학년 원내생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여름방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없이 좁아진 내 시야에 큰 세상을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었다. 고작 시험 한 과목, 한 문제에 좁아져 있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야 했다.

 

여행은 치의학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떠났다. 시험기간에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기들과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이라니, 서로 징글징글하다면서도 설레는 마음에 부풀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주 간의 하와이, 2주 간의 미국 서부 여행은 우당탕탕 천진난만이었지만 어느새 한달에 걸친 이번 여행도 끝이 보인다. 그 시간동안 학교 밖에서 더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을 경험하며 한층 더 깊은 인연으로 성장했다. 각자의 삶에서 잊지 못할 추억에 함께 기억된다는 것이 참 의미있게 느껴진다.

 

즐거웠던 여행이었지만, 한국으로 떠날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만큼은 어떻게든 현실을 모른 척 하다가 이제는 맞닥뜨려야할 때가 온 것이다. 다가오는 2학기는 잘 해낼 수 있을지,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 반 설렘 반이다.

 

분명한 것은, 여러 학기를 지내온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다가오는 2학기는 내 생각보다 더 큰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여행동안 끝없이 새파란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재정비해야 한다. 깊이 한숨을 들이켜야만 다잡아지는 마음이지만,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초심을 다시 가다듬고 돌아가보려 한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약 2~3주의 시간이 남는다. 남은 시간에는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야 하고, 소중한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며,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내 욕심에 너무 많은 것을 뒤로 넘기고 나몰라라 여행을 떠나버린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돌아가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진심을 다하면 괜찮을 거라며 일단 위로를 해본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여행 중에 카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하고 있는 이 모습도 잊지 못할 장면이 될 것 같다.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방학이라는 시간에 나는 과연 그 방학의 의미에 충실했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된 것 같다.

 

인터넷에 서칭해보니 방학은 학생의 건전한 발달을 위한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라고 한다. 건전한 발달은 물론이고, 고생은 사서 했지만 앞으로의 여정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충전했다는 데에 있어서는 방학의 의미에 충분히 충실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고작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워진 친구들과 매일을 지내가며 고운 정 미운 정이 들다 못해 이제는 스며들어버렸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기댈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이 방학은 성공적인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의 내 삶에 이런 방학이 몇 번이나 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번 방학은 먼 미래에 생각했을 때 내 삶의 방향에 쉼표를 찍어준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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