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그리고’ 전시회의 선한 영향력

2022.09.05 09:11:35

Relay Essay 제2516번째

우리 삶에서 60이라는 숫자는 매우 의미가 있다. 60세는 육십갑자가 돌아오는 나이로, 예전에는 살아있음을 기념하는 생일잔치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환갑잔치는 그 의미가 옅어졌지만, 60년이라는 삶의 의미마저 줄어들지는 않았으리라...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자연인으로서의 삶의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축복받을 가치가 있는 세월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치과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전공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취미 그 이상으로 도전한다면, 주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을만하다는 생각이다.

 

지하철 안국역에서 시작되는 인사동 거리는 일상과는 다른 깊은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동안의 것들이 그저 허무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듯이... 상점마다 진열된 물건들이 그렇고, 왠지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예술을 위한 소품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예술가가 된 듯한 고즈넉함이랄까.

 

특히 아무 갤러리에라도 들어가 전시된 작품 앞에서 그 제목과 함께 생각에 잠겨보기라도 한다면, 최소 그 한 주 동안의 삶이 제법 고상해지는 것 같은 경험도 있었다. 오늘은 구체적인 목적지가 있다. ‘60’이라는 전시회 제목의 숫자도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60, 그리고’라는 제목이 더욱 심오하다.

 

갤러리에 그저 들러서 작품 앞에서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바쁜 일상과는 다른, 깊은 무언가를 느끼곤 했는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그 마음은 어떠할까?

 

동양화와 십자수 작품 전시회를 환갑 기념으로 준비해오신 부부 치과의사 작가의 전시회를 다녀온 후 많은 감동을 받았다. 추천사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자녀교육과 이 시대 여인들이 겪었을 책임과 의무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우주와 하나가 되는 몰입’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한지 위에, 모시 위에, 그리고 비단 위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번지지는 않을까, 떨어지지 않을까, 바래지 않을까 등의 어려운 기술들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부터도 자연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의 그 깊이가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채색에 더한 자개의 정성 앞에서는 한동안 넋이 나갈 정도였다.

 

신경미 작가는 글로서 이렇게 표현한다. ‘수많은 오늘의 흔적이 모여 삶을 이루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오래도록 기억되고 늘 마음속에 남아있는 시간의 모서리들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자연의 시간이 특히 그렇습니다. ...흘러만 가는 자연의 시간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비단 위에 담았습니다.’

 

작품의 주된 소재인 자연의 대상이 이촌동 1층 아파트 정원이라고 한다. 오래전 집들이 행사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방문했던 기억이 생생했고, 오늘 전시회에 대한 특별함이 더해지는 이유로도 충분했다.

 

한편, 20여 년 전부터 십자수를 시작하여 환자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에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들기 전에도 매일매일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고 하는 한훈 작가는 작품을 설명하는 동안 정말 행복해 보였다.

 

십자수 도안에 적힌 색이 아닌 본인만의 색조합을 만들어보기 시작했고, 추상화처럼 점, 선, 면, 색조합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수 놓았을 즈음부터는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음이 분명하다.

 

또한 원래 계획했던 자리가 아닌 곳에 땀을 놓았을 때도 있고, 어떤 땀은 조금 비뚤어질 때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Chaos’라는 작품은 십자수를 마무리하고 보니 도안 자체가 비뚤어져 매우 실망했는데, 의외로 작품의 배열 자체를 흩트리니 더 멋진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대표작품이 되었다고...

 

이렇게 점차 창의적 자세로 발전하면서, 인생의 모습으로 승화시켜가는 철학적 차원으로, 두 작가 부부는 환갑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도자기를 빚어 만든 환갑잔치 상의 그릇을 배열한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는데, 작품의 제목이 ‘Empty Nest Celebration’이었다. 부부가 지금까지 함께한 30여 년 동안, 정성스럽게 키운 두 자녀들이 장성하여 떠난 빈 둥지라는 의미이며, 부부만의 축하잔치 상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60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저 살아남은 이들의 생일잔치를 넘어,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큰 요즈음이다. 이전 30여 년 동안의 직업적 삶과 자녀교육을 포함한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넘어서, 정말 오롯이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좋은 매개체가 필요한 시대이다.

 

어느 노랫말처럼 우리가 그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면, 건강만큼 또 중요한 것은 아마도 그 삶에서 행복감을 안겨줄 무언가의 매개체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자신만의 것이기에, 타인이 대신해서 만들어주기는 어렵다.

 

누군가 말하기를, ‘성공한 삶’이란 원하는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과 그로 인하여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60의 나이를 몇 년 앞둔 8월의 어느 날, 필자는 두 작가 선배님들에게서 좋은 영향력을 듬뿍 받은 기분이다.

 

최유성 경기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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