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임상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식 치아 진단, 구강외과 수술, 치아 교정 등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치과의사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임상 능력을 높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의도다. 치과 임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AI 기술의 현주소는 어디쯤 와있을까?
이에 최근 개최된 대한치의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치의학분야 인공지능 적용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AI 도움으로 충치 더 잘 찾아내
우선 AI의 우식 치아 진단 기능은 우식 여부를 가려내는 분류(classification), 우식 영역을 찾아내는 탐지(detection), 우식 부위를 정확히 지목하는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순으로 진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 연구진이 발표한 무작위 대조 연구(RCT)에 따르면, 교익 방사선 사진으로 우식 치아를 진단하는 능력을 평가한 결과 AI의 도움을 받은 치과의사는 그렇지 않은 치과의사보다 우식 치아를 더 잘 찾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파노라마 영상에서 치아파절, 치경부마모증, 치조골파괴, 치주염, 턱관절질환, 임플란트, 상악동염 등을 색깔별로 표시해 줘 치과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도 가능했다.
파노라마가 아닌 맨눈으로 본 이미지를 통한 진단에도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8월 JDR에 실린 연구에서는 익명의 치아 사진 데이터 2417개로 훈련된 AI로 진단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 AI는 92.5%의 정확도로 우식 치아를 찾아냈다.
수술 분야에도 AI 기술을 활용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양악 수술 후 이미지, 제3대구치 발치 시 하치조신경 손상 여부를 예측하거나, 치성 병변 감지, 임플란트 치료 계획 수립 등과 관련해 성능이 최소 70%대에서 많게는 90%를 상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치아 교정 분야에는 두부 계측점 자동 추적(Cephalometric landmarks)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실제로 위턱, 아래턱뼈, 두개골 등에 해부학적 계측점을 표기하고, 교정 분석을 자동으로 해주는 진단 보조 프로그램도 상용화돼 있다.
AI 기술은 임플란트 픽스처의 제조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로도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도 유사한 서비스는 있었으나, 사람이 직접 픽스처를 찾아줘야 했고 서비스 이용료가 건당 29달러,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일본 연구팀은 임플란트 이미지 8899개를 학습한 AI 모델을 활용했고, 우수한 성능으로 임플란트를 분류하고 찾아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가 진행한 국내 치과의사 대상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96.3%가 AI로 임플란트 픽스처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만큼, 임플란트 진료 과정에서의 고충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 “AI로 효율적인 진료 매진 기대”
하지만 AI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있더라도, 결국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여러 기업이 뛰어들기 마련인데 아직 국내 의료계에는 AI 기술을 통한 보험 청구가 막혀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뷰노의 심정지 예측 기기 ‘딥카스’가 최대 3년으로 한정해 비급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 외에는 아직 없다. 또 의료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 AI의 판단 과정의 투명성 등 여러 법적,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때문에 스스로 내린 결론에 대한 해설이 가능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송인석 교수(고대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는 “AI 딥러닝 기술은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치과 진료와 치료 계획 수립 등 전방위적으로 적용되고, 작업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해줘 치과의사는 더욱 효율적으로 진료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나아가 양자역학 기술이 접목된 하드웨어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사람과 친숙한 휴머노이드 치과 보조 로봇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