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수면구조와 카페인

2022.10.12 12:41:22

시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우리가 조는 것은 피곤이 쌓인 일상의 흔한 반영이다. 월요병이란 주말에 주중의 피로를 풀고 더 쉬고 더 자고 나도 월요일에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월요병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겪지만, 출근을 하는 직장인과 등교를 하는 학생에서 두드러진다. ‘병’이라고는 명명되었으나, 보통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니다. 주말 동안의 달콤한 휴식과 잠에 대한 미련, 반대로 다시 한 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긴장감으로 흐트러진 생체리듬으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성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월요일뿐만 아니라 즐거운 휴가 기간 후에도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경우에는 낮시간의 졸음이나 피로, 수면의 질 저하, 흐트러진 생체리듬으로 인한 개운하지 못한 상태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건강한 수면은 우리 인체의 기능을 유지·회복하는데 필수적이다. 잠을 잔다는 것은 동물계 전체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런데 수면 구조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은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인간과 계통학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하는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도 수면 구조는 차별화된다. 우선,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짧다. 인간은 평균 7~8시간을 자는 반면, 다른 모든 영장류들은 하루 10-16시간을 잠잔다. 흥미롭게도, 수면 구조에 있어서는 꿈을 꾸는 렘수면(rapid-eye movement sleep, REM sleep)이 인간에서 유난히 길다. 인간의 수면 구조에서 렘수면은 20-25%를 차지하지만, 다른 모든 영장류에서 평균 9%만이 렘수면이다. 인간은 자신이 조절가능한 편안한 울타리 안에서 주변의 침해를 최소화하여 누워서 푹 잘 수 있기 때문에, 수면구조가 진화한 것이다. 인간 역시 불안정한, 그리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위협이 있는 경우에는 수면구조가 흔들린다. 렘수면에서는 우리의 경험이 통합되고,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우리의 풍부한 감정이나 본능을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에 렘수면의 혜택은 중요하다. 비렘수면(non-REM sleep)에서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불필요한, 또는 쓸데없는 신경 연결을 걸러내고 제거한다. 따라서 건강한 수면에서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밸런스 역시 중요하다.

 

카페인은 커피와 차, 초콜릿, 에너지 음료, 그리고 다이어트 약이나 진통제와 같은 약물 등에 포함되어 있다. 공부를 하고 일을 할 때 카페인은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쉽게 우리가 잠들지 못하고 질 높은 수면, 즉 푹 잠드는 것을 막는 범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이 뇌 속에 쌓이는데,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뇌에서 아데노신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뇌에 아데노신이 쌓일수록 우리의 자고 싶은 욕구는 증가한다. 인간이 깨어난 지 12~16시간이 지나면 뇌의 아데노신의 농도는 최대치에 이르며, 잠을 자고자 하는 충동 역시 정점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이 의도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데노신에 의한 수면 압박, 수면 신호를 인위적으로 차단하고자 하였고,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사용하는 해결법이 카페인 섭취인 것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길항제로 신경세포 수용체에 아데노신 대신 결합하여 그 기능을 차단하는데, 수면구조에서는 비렘수면의 시간을 감소시키고 렘수면으로의 전환도 방해한다.

 

카페인은 졸음을 해결하는 만능 열쇠일까? 몸 안의 카페인 제거 속도는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혈액내 카페인 농도는 30분 이후 최고조에 이른다. 이러한 카페인의 반감기는 5-7시간에 이른다. 예를 들어 오후 진료를 끝내고 7시에 커피를 한잔 마신다면, 새벽 1시에도 섭취한 카페인의 50%가 여전히 남아 있어 뇌를 돌아다니며 각성을 시킨다. 또한 카페인은 몸 안에서 당장은 졸음을 없애 주지만, 이어서 카페인 허탈감을 일으킨다. 반복된 카페인 섭취는 집중력을 더 떨어트리며, 졸음은 다시 밀려온다. 짐작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뇌와 몸이 카페인을 분해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나이가 들수록 카페인의 수면교란 작용에 몸과 마음이 더 예민해질 수 있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긴장하고 경쟁하고 카페인을 습관적으로 섭취한다. 그러나, 카페인은 우리의 수면을 왜곡시킨다. 한번씩 내가 충분히 쉬고 있는지, 이완이 되는 시간이 있는지, 나의 수면이 부족하지는 않는지, 진단되지 않은 수면장애가 있지는 않는지를 한번 돌아봐야 하겠다. 잠깐 카페인에 거리를 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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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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