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사색

2022.10.19 15:02:53

스펙트럼

사람들은 살면서 매 순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제일 가깝게는 가족, 친구들, 연인과의 관계가 있을 것이고, 학교를 다니면서는 선생님, 교수님과의 관계, 단골 식당에서는 사장님과의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마 치과의사가 된 후에는 환자, 치과위생사와도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관계라는 건 참 어렵다. 평소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기에 특별한 자극을 느끼지 못하지만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아침에 눈뜨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혹은 그 넘어서까지도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가화만사성이라는 고사성어도 다섯글자에 그 뜻을 담고 있지 않은가. 유치원때부터 교우관계가 좋다고 소문난 아이 중 하나였던 나에게도 관계는 민감한 주제였다.

 

관계는 다양하게 이뤄진다. 갑과 을의 관계, 동등한 관계, 사랑하는 관계 등... 간단하게는 긍정적인 힘을 주는 관계와 나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관계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관계에 대해서 극단적인 표현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관계라는 것은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내 몫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계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다양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관계를 유지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또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가지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사람도 많다. 나는 전자인 편이고, 또 그것이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얼마 전 유행했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그 반증이 될 것 같다. 관계에 대해 검색하면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이라는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또한 관계로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코로나도 어느정도 잠잠해지고 대면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아침 8시부터 오후 7~8시, 길게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동기들과 붙어있게 되면서, 건강한 관계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이 오래간만이다보니 재밌기도 하지만, 앞서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갈등들이 겹쳐 보이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특히 깊은 관계를 맺다 보면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지만, 또 그 중에 누군가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의도가 없었던 상처는 쉽게 잊을 수 있지만, 의도가 있는 일이라면 상처의 쓰라림은 2배가 된다. 난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일은 날 신경쓰이게 만들지 못한다는 듯 넘기는 것이 어른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똑같이 화를 내면 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한편으론 화를 내야 날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기에 말이다.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는 어디에 털어놓기가 유독 힘들다. 지난 시간들로 미루어 봤을 때, 관계라는 것은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길로 튀곤 하여 믿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다 털어놨지만 하루아침에 어색한 사이로 어긋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주는 행복보다 상처가 더 큰 관계라면, 나를 위해 부드럽게 끊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불편한 관계는 건강한 자존감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관계가 내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클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관계 속에서 해방된 뒤에는,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다는 사실보다 관계로부터의 해방감과 자유함이 더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풍족과 결핍을 반복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변함없이 든든하게 날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되어준다. 또 내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예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했던 말이 인상깊어서 잊히지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타원의 양 끝점에서 달리는 두 점과 같아서, 가까워질 때가 있으면 멀어질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새기고 어른스럽고 올바른 관계를 정립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관계가 될텐데, 그 사람들에게 건강한 힘을 주는 하나의 점이 되고 싶다. 관계는 생각보다 얽혀있어서 그 굴레를 끊어내거나 바꾸기 위해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관계들을 맺게 될 텐데, 올바름의 기준을 잊지 않고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예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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