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드 파리에 대한 짧은 사색

2023.03.13 15:21:04

Relay Essay 제2543번째

이 작품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고찰은 접어두고 내가 가진 지극히 사적인 의문에 대한 내 나름의 사색을 펼쳐볼까 한다.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를 감상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하나의 의문이 있었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노트르담의 갈등은 사랑에 관한 서로 다른 방향성과 철학으로 인해 벌어진다. 더 쉽게 말하면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구도인데, 이거 원, 예수님, 부처님급의 인류애를 가지지 않는 이상은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기는 힘든 결말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를 일단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내가 공연 내내 든 생각을 이야기해보면 이것이다.

 

‘왜 굳이 사랑은 저리도 비극적이어야만 하는가, 에스메랄다가 선택하고 누려야 할 사랑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주교의 사랑은 음험하다. 성직자라는 페스소나를 쓴 데다가 막강한 권력을 가졌으니 그 사랑은 음험하고 비밀스럽다. 나 혼자 몰래 독차지해야 하는 사랑이며 날을 벼린 화살표로 상대를 찌르는 사랑이다. 그런 사람에게 세상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에스메랄다가 사랑을 느낄 수도 굴복할 리도 만무하다.

 

근위대장의 사랑은 가볍다. 약혼녀에게 그토록 ‘죽네사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다가 어여쁜 에스메랄다에게 빠져 제정신을 못 차린다. 그러다 금세 사랑이 식어 등을 돌린다. 잠깐 그 둘의 화살표가 서로를 향한 적은 있으나 하나의 화살표는 곧 방향을 달리하고 하나의 화살표만 공허하게 나아간다.

 

콰지모도의 사랑은 선망과 희생이다. 노트르담의 곱추에게 에스메랄다는 아찔하게 매혹적이다. 자기의 품에는 들어오지 못할, 선망의 대상이자 지켜야 할 가치이다. 가장 순수하고 희생적인 사랑이긴 하나 안타깝게도 상대방은 그 손을 잡아줄 생각은 없다.

 

이토록 노트르담에서는 방향이 다른 화살을 주고 받으며 상처입고 상처주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나눈다. 물론 가슴 아리고 감동스럽다(갱년기를 맞이한 무미건조한 40대 후반의 아줌마에게 간만에 촉촉한 눈물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비극적 사랑도 좋지만 서로를 살리는,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서 성장시키는 사랑은 어떨까. 너무 이상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사랑의 본질이, 아니 올바른 사랑의 본질이 죽이고 상처주는 것이 아닌, 서로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이었으면 참 좋겠다. 상생의 사랑 말이다.

 

상생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에스메랄다가 선택했어야 하는 인물은 음유시인 그랭그와루가 아닐까 싶다. 음험한 주교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난 후, 시인은 에스메달라를 뮤즈로 시를 쓰는 거다. 그 시에 가락을 얹어 노래를 하고 그 노래에 맞춰 다시 그녀가 춤을 췄다면. 그러면 그 둘은 서로를 살리며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고 삶을 누리고 즐겼을 것 같다.

 

이런 사랑의 다른 방향의 화살표를 보면서 치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관계의 화살표들이 생각이 났다. 원장과 직원의 관계도 서로간의 일종의 사랑 종류의 관계들이다. 친하게 지내는 원장님은 확장 전 치과 직원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주었다. 실장 가족이 이사하려고 할 때 부족한 보증금을 선뜻 빌려주기도 하고, 직원들의 복지에도 마음을 썼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상황만 일어났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은 조금만 주어도 고맙다 원장님께 감사한다 등 좋아하는 표현을 해주니 자꾸만 더 해주고 싶고 출근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렇듯 애정의 표현도 적절한 상대를 만났을 때 아름다운 결과가 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참으로 다양한 애정사들이 일터에서도 펼쳐진다.

하지만 모든 에로스의 화살은 파멸의 신의 입김이 묻어있는 법. 에스메랄다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해도 해피엔딩이 아님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삶에도 사랑에도 자기반성과 부단한 노력과 쉬어가는 인내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끝내는 비극의 사랑이 상생의 사랑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사랑하는 이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던 콰지모도의 아리아를 떠올린다. 그리고 노트르담 앞 광장에서 그랭그와루와 함께 행복한 춤을 추며 아름답게 웃는 에스메랄다를 상상해 본다.

김소언 덴탈위키 컴퍼니 대표·한국의료경영교육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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