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사람이 안전감과 함께 위안을 얻기 위해선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혼자만의 공간을 누리면서도 원한다면 타인과 어울릴 수 있고, 또 타인과 함께하면서도 혼자만의 공간을 쉬이 찾을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원하는 대로 사회적 교류의 양과 질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얘기하면 카페 한구석을 차지하고 홀로 커피를 마시며 내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런 행위를 라운징이라고 부릅니다.
라운징(Lounging)은 Lounge에 ing를 붙인 말로,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라운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집에 들어가도 느긋한 라운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라운징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책을 펼쳐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주변이 독립된 공간이 됩니다. TV 소리로 남을 방해하지도 않고 조명만 있으면 그 장소는 화장실이어도 무방합니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주변의 사람들이 있어도 타인에게 불편감을 주지 않고 몸과 마음과 정신을 오롯이 책과의 소통 시간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정보, 지혜는 덤입니다. 진정한 라운징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라운지를 찾고 책을 펼쳐봅시다.
공간이 지닌 힘, 그 힘을 어떻게 디자인 하는지 조언
세계 곳곳의 의미있는 공간 탐구 통해 얻은 경험 공유
『공간력 수업』 효형출판, 2023
저자의 전작인 『공간 미식가』를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다시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외식 브랜드 컨설턴트, 실내 건축가, 뉴욕에서 디자이너들을 가르치는 교수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저자는 공간이 지닌 힘, 그리고 그 힘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즐길 수 있는지를 일러 줍니다. 디자인, 건축, 영화, 공연 등에서 체득한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인 이 책에 실린 18가지 스토리는 저자가 세계 곳곳의 의미 있는 공간을 탐구하고 거기서 얻은 경험과 콘텐츠를 수집, 정리해 쓴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이유가 있고 그것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 ‘공간력’이라고 얘기합니다. 공간의 본질에는 사람, 즉 공간미를 창출한 디자이너와 찾아드는 사용자가 자리하고, 여기에 문화 예술의 층위가 쌓이고 디자인이 더해지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공간력’이 생깁니다. 이 힘의 핵심에는 아날로그적인 가치, 이를테면 타인에 대한 존중과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라고 말합니다. ‘요란한 옷을 입으면 그 옷을 보지만, 우아한 옷을 입으면 그 사람을 본다.’라는 코코 샤넬의 말처럼 이 책은 그 공간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요란하지 않고 우아한 공간이해의 옷을 입는 멋쟁이가 되게 해줄 수 있을 법한 책입니다.
유전병, 폭력, 식단에까지 죽음의 역사적 고찰
인간이 사는 방식 따라 죽음의 방식도 달라져
『죽음의 역사』 로크미디어, 2023
어렸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환갑잔치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예전처럼 크게 잔치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60세를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죽는 이유는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전염병, 기근, 전쟁 등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당뇨병, 심장질환 같은 생활 습관병이나 암, 뇌졸중, 치매 등으로 과거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병이나 폭력으로 죽을 수 있었고, 흉년이 한두 해 이어지면 목숨이 위험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식량의 부족보다 과다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인간이 사는 방식은 수없이 많은 측면에서 바뀌었으며, 죽음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죽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전염병에서 유전병, 폭력, 식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역사적인 고찰을 이어갑니다. 죽음에 대한 역사특강을 맛깔나게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죽음이라는 것이 과학, 기술, 경제, 보건, 사회, 그리고 인간 행동의 모든 것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인간의 삶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진정한 도움 줄 수 있는 의학 이야기
의사로서 고민해 보아야 할 서사적 의학 접근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 사이, 2022
〈느린 의학(slow medicine)〉은 의료인문학에서 강조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즉각 고통을 완화해주는 마약성 진통제보다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의 경험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의미 중심의 의학을 말합니다. 환자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을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환자들 증상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의미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질병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의미를 지니며, 그 속에는 우리만의 〈삶의 궤적〉이 담겨 있고, 증상과 질병의 이면에 숨어 있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의사로서 읽는 이 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늘 보는 환자가 어쩌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치료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런 접근 방식은 결국 평생 못하는 의사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의사로서 고민해 봐야 할 서사적 의학입니다. 조금 더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기를 원하는 의사라면 필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