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이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4괘는 역경(易經)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역경은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의 하나로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역이란 말은 변역(變易), 곧 ‘바뀌고 변한다’는 뜻으로, ‘천지만물의 양(陽)과 음(陰)의 기운이 끊임없이 생성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이다. 역은 변역 외에 이간(易簡)·불역(不易)의 뜻도 내포한다. 이간이란 ‘자연현상이 끊임없이 변하나 그 변화가 간단하고 평이하다’는 뜻이며, 불역이란 ‘모든 것은 변하나 일정한 항구불변(恒久不變)의 법칙을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법칙 그 자체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다.
“역(易)에 태극이 있는데,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팔괘가 이루어지니 상(象)이 그 안에 있고, 인(因)하여 거듭함에 효(爻)가 그 안에 있다.(八卦成列, 象在其中矣, 因而重之, 爻在其中矣)”
여기에서 양의(兩儀)는 음(陰:⚋)과 양(陽:⚊)을 말하고, 사상[四象;태양(太陽⚌), 소음(少陰⚍), 소양(少陽⚎), 태음(太陰⚏)]은 효를 두 개 포갠 것이다. 단괘(單卦)는 효를 세 개 포갠 것으로 팔괘[八卦:☰(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의 단괘(單卦)가 있고, 중괘(重卦)는 단괘를 두 개 포갠 것 곧 효 6개를 포갠 것으로 64개의 중괘가 있다. 효의 순서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효 6개를 포갠 중괘(重卦)에서 맨 밑의 효를 초효(初爻), 그 다음 효를 차례대로 이효(二爻)·삼효(三爻)·사효(四爻)·오효(五爻)·상효(上爻)라 한다.
여기에 다시 음양의 구별을 두어 이름을 붙인다. 즉, 초(初)·이(二)·삼(三)·사(四)·오(五)·상(上)으로 위치를 나타내고, 양수의 대표인 구(九)로 양효(⚊)를 나타내고, 음수의 대표인 육(六)으로 음효(⚋)를 나태내서 음양을 표시하고 있다. 예로 초구(初九)란 제일 밑의 효가 양효(陽爻:⚊)임을 뜻하고, 구이(九二)란 밑에서 두 번째 효가 양효(陽爻:⚊)임을 뜻한다. 상육(上六)은 제일 위의 효가 음효(陰爻:⚋)임을 나타낸다.
대한민국국기법[법률 제8272호]은 2007년 1월 26일에 제정공포되어,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0204호, 2007. 7. 27. 제정]과 동시에 2007년 7월 27일에 시행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애국가 연주 또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맹세문과 더불어, 제복을 입지 않은 국민은 국기를 향해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注目)하고, 제복을 입은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거수경례(擧手敬禮)를 한다.
국기는 흰 바탕의 한가운데 진홍빛 양(陽)과 푸른빛 음(陰)의 태극을 두고, 네 모서리에 팔괘[八卦:☰(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 중 건곤감리[乾:☰ 하늘(좌상), 坤:☷ 땅(우하), 坎:☵ 물(우상), 離:☲ 불(좌하)] 4단괘(單卦)를 검은색으로 표시해 배열한다. 이 4괘의 배열은 1882년 9월에 수신사 박영효 일행이 일본에 타고 간 메이지마루호에 태극과 사괘를 그려서 국기로 게양한 것과 같다. 이후 1883년 3월 6일 고종은 박영효가 사용한 국기를 조선 국기로 제정해 반포했다. 여기에서 좌상의 건괘(☰)와 우하의 곤괘(☷)가 어울려 중괘(重卦) 64괘중 12번째인 천지비(天地否:䷋)의 중괘가 된다. 우상의 감괘(☵)와 죄하의 리괘(☲)는 어울려 63번째인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중괘가 된다.
박영효의 태극기를 최초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보다 약 4개월 빠른 1882년 5월 14일에 이응준이 미국 함정 스와타라(Swatara)호에서 만들어 인천 제물포에서 열린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에서 사용한 태극기가 최초이다. 이는 1882년 7월 미 해군성 발행 도록 <해상국가들의 깃발(Flags of maritime nations)>에 선적기(船籍旗:선박의 국적을 나타내는 기, ensign)로 수록된 태극기이다. 여기에서는 4괘 위치가 박영효 태극기의 4괘 위치와 좌우대칭으로 바뀌어 있어, 우상의 건괘(☰)와 좌하의 곤괘(☷)가 어울려 천지비의 중괘가 되고, 좌상의 감괘(☵)와 우하의 리괘(☲)가 어울려 수화기제의 중괘가 된다. 63번째인 수화기제(水火旣濟:䷾)는 ‘이미 물을 건너갔다’라는 뜻으로 일이 성취된 상태를 뜻한다. 기제괘는 물은 아래로 내려오고 불은 위로 올라가 물과 불이 서로 교합하는 모습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태괘(泰卦)와 유사한 구조이다.
천지비(天地否:䷋)의 비(否)는 비색(否塞)하다 곧 운수가 꽉 막힌다는 뜻이다. 괘상(卦象)은 하늘 아래에 땅이 있는 형상으로, 가벼운 천기는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지기는 아래로 내려와 두 기운이 교합, 소통되지 못하여 막혀 있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을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교합하지 못하여 만물이 소통되지 못하며 상하가 교합하지 못하여 천하가 무정부 상태가 된다(天地不交 而萬物不通也 上下不交 而天下无邦也)”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천지비(天地否:䷋)에서 상하를 뒤집어 곤괘를 위에, 건괘를 아래에 두면 64괘 중 11번째인 지천태(地天泰:䷊)의 중괘가 된다. 태(泰)는 크고 편안하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통하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음양합덕(陰陽合德)을 대표하는 괘로서 12번째 괘인 비괘(否卦)와 반대이다. 괘상은 땅 아래에 하늘이 있는 형상인데, 무거운 지기(地氣)는 아래로 내려오고 가벼운 천기(天氣)는 위로 올라가 두 기운이 만나 교감(交感) 교통(交通)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을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교합해 만물이 소통되며, 상하가 교합해 그 뜻이 같다.(天地交 而萬物通也 上下交 而其珍也)”고 설명한다.
역의 원리에 따르자면 태극기의 좌상의 건괘와 우하의 곤괘가 어울린 천지비괘를 상하를 뒤집어, 좌상에 곤괘를 두고 우하에 건괘를 두어 어울린 지천태괘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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