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재가노인 방문구강진료 참여 경험

  • 등록 2024.02.14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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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가 노인들(100만명, 2023년 기준)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보장하는 구강중재는 치과의사 지시서 작성에 따른 치과위생사의 방문구강간호로 거의 사문화된 상태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7개 지역사회 통합돌봄 법안이 ‘의료-요양의 통합 지원을 위한 법률’이라는 보건복지위원장 단일안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이어 치과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법 제15조 제1항과 제6항에 재가 노인의 ‘방문 치과진료’와 ‘방문 구강관리’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치과 내원과 구강관리가 어려워 방치되었던 구강을 위한 방문진료가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곧 진행될 방문구강진료를 위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하 수원병원) 재택의료센터의 시범 사업으로 진행된 필자의 재가 노인 구강진료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 과거력 및 복합투약 평가 중요
대상자(95세 여성)는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고도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70대 아들 부부 집에서 와상(臥牀)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식사는 보호자의 도움으로 사레없이 잘 하였다. 요양보호사에 의한 하루 4시간의 방문 요양서비스와 주 1회 방문 목욕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분은 수원병원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수급자로 선정되어 방문의료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2006년 5월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단받은 후 거동 불편이 시작되어, 2012년 9월 파킨슨병 진단과 2015년 11월 낙상에 의해 7번 흉추(胸椎) 갈비뼈 골절을 당하면서 보행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였다. 2021년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만성 변비가 악화되어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아무런 재활 운동 없이 유동식만 제공될 뿐 변비 증상의 호전도 없었고 오히려 기존 파킨슨병 증상과 전신상태가 더 악화되어 퇴원하였다고 하였다.
 

이후 의학적 정기 검사나 의료기관 방문 없이 대리 처방으로 상기의 만성질환에 의한 다음의 다약제(10개)를 경구 복용하고 있었다: 인데놀정 10mg(부정맥), 마도파정 250mg(파킨슨병), 마그오캡술 500mg(변비, 제산), 듀오락스정(변비), 파라마셋정 325mg(해열 진통), 조인스 200mg(소염 진통), 가스모틴 5mg(위장)을 하루 2회(Bid) 복용하고, 가베펜틴 100mg(뇌전증), 판토록정 20mg(역류성 식도염), 탁센(NSAIDs)을 하루 4회(Qid) 등. 수면 시 이갈이와 구호흡은 지속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분의 방문진료의사는 잇몸이 헐면서 나타난 심한 구강 통증이 주소(主訴)임을 확인하고 방문구강진료를 의뢰하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대상자 집을 방문하게 되어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복합 투약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항응고제 미복용으로 방문구강진료 시 구강출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었고, 복합투약과 구호흡에 따른 입천장 마름(건조)을 완화하기 위해 구강건조증 치료제(드라이문트겔 혹은 제로바액)를 처방하였다. 또 파킨슨병 치료제인 마도파(levodopa 성분 포함)를 5년 이상 장기 복용하는 노인의 약 75%에서 구강운동조율장애(oral motor dyskinesia)가 나타나 구강진료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음도 언급해 주었다.

# 방문진료와 간호중재 평가 중요
수원병원 재택의료센터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처음 방문(2023년 8월 31일)하였을 때 대상자는 와상 상태에서 눈을 감은 채 부정확한 발음으로 구강통증을 호소하였다. 이에 방문진료팀은 그분에 대한 방문진료와 간호중재를 다음과 같이 계획하였다. 의사는 월 1회 방문으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생체 징후, 급성기 질환의 발병 여부와 추가 처방, 낙상 위험 등 주거 환경 평가 및 수액요법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간호사는 월 2회 격주로 방문하여 기본적인 생체 징후와 급격한 변화, 욕창 발생, 투약 관리, 식이-영양 관리 및 상담, 그리고 재활치료방문 여부 등을 확인하였다. 간호사가 두번째 방문하였을 때(9월 20일), 수축기 혈압 110-130 mmHg, 심박수 평균 60(간헐적으로 90 심박수로 부정맥 양상), 발열 없이 산소포화도(SpO2) 95% 이상 유지, 양호한 식사와 대소변 등 안정적인 전신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수면시간이 길어지면서(이틀 연달아 주무신 적도 있음) 식사량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주소(主訴)인 구강통증을 재차 호소하면서 강력한 진통제 처방을 원하였다. 하지만 아주대병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처방되는 약을 투여받고는 구강통증을 언급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후 6회 더 방문하는 등 총 8회의 방문진료와 간호중재가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방문진료와 간호중재의 내용 파악 및 직접 문진을 통해 구강진료에 필요한 대상자의 식이(食餌) 상태와 인지(認知) 감퇴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구강진료 시 중요한 제약 요소인 흡인 위험성(뇌졸중 등)이나 개구(開口) 장애(전두측두엽 치매 등)를 파악하여 구강위생용품(gel 등), 강력한 흡인장비와 지속적인 개구기(mouth gag) 구비는 물론 술자의 손가락 교상(biting, 咬傷)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방문구강진료 내용과 기구 준비 및 실제적인 효과
방문구강진료는 치과의사 2회, 치과위생사 4회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치과위생사가 처음 방문(2023년 9월 21일)하였을 때, 대상자는 매일 사탕을 섭취하고 있었고, 보호자가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없도록 접근 자체를 꺼렸다고 하였다. 치과위생사는 매일 사탕 섭취를 금지시키면서 보호자에게 구강위생용품의 구매와 구강내외 마사지 및 그 방법을 교육하였다(1시간 30분 소요). 10월 18일 재차 방문 시에는 2시간에 걸쳐 치과의사의 방문구강진료와 치과위생사의 구강중재가 진행되었다. 지난 2년여 동안 대상자는 구강점막에만 달랑 붙어 있는 비가망(hopeless) 상악우측견치(#13)로 인해 음식 섭취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다. 이에 필자는 준비해 간 표면마취제가 없었기에 치아 주변 잇몸을 서서히 부드럽게 압박하면서 제거해 주었다. 보호자께서 ‘앓던 이 빠진 것 같다’고 매우 기뻐하셨는 데, 이는 치아 발거를 위해 노모(老母)를 업고 근처 치과의원에 갔지만 큰 병원으로 가라고 거절을 당했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치과위생사가 다양한 구강위생도구를 활용하여 위생관리를 진행하고 클로로헥시딘을 묻힌 구강스폰지로 입안을 깨끗이 닦은 후 구강주변근육 마사지를 해 주었다. 이후 보호자 내외에게 복합 투약을 고려한 방문구강진료 내용과 추후 구강관리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한편 원활한 방문구강진료를 위한 다음과 같은 장비와 기구 및 약품들이 구비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드샷 불빛, 단순 발치와 치수 노출 치관부 및 치근단 염증의 통증 예방을 위한 표면국소마취제, 소아용 겸자와 elevator, 뽀족한 치근를 다듬는(trimming) 기구, 치근면 도포를 위한 고농도 불소(1450ppm) 등. 11월 3일 치과위생사가 3차 방문하여 1시간 동안 구강내외 마사지와 구강위생관리를 하고 요양보호사와 보호자에게 구강위생 관련 재교육을 하였다. 마지막으로(11월 16일)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방문하였을 때(1시간 소요), 구강통증은 줄어들었고, 구강주변근육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증가하여 편하게 입을 다물 수 있었다. 또 사탕 섭취 없이 구강위생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으며, 빈번했던 배 아픈 증상도 사라졌다고 하였다. 하지만 구호흡으로 인한 입천장 마름은 여전한 상태였다.


이상에서 이번 재가 노인에게 시행된 방문구강진료 즉 구강위생관리, 구강질환관리(처치) 및 구강기능관리만으로도 대상자는 물론 보호자에게도 큰 도움이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번 방문구강진료는 필자와 치과위생사 정민숙님이 함께 진행했음을 밝힙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근 이성근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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