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군의관 셀프 문답

2024.05.29 17:29:24

Relay Essay 제2607번째

3년 2개월 간의 군의관 생활을 드디어 마쳤다. 홀가분하면서도 정들었던 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동안의 군 생활을 돌아보며 소회를 자문자답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개원가와 사뭇 다른 군대에서의 삶이 독자들에게 흥미로우리라 생각한다. 

 

1. 본인의 근무지는?
필자는 공군으로 배정받았다. 첫 2개월은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속칭 훈련소)에서 군사 교육을 받았다. 나이 서른 먹고 아침저녁으로 달리기와 체조를 하고, 20kg에 달하는 군장을 메고 산을 오르며 훈련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살이 3kg나 쑥 빠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동시에 제일 건강했던)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 후 원주 제8전투비행단에서 2년간 복무하였고 서울공항(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남은 1년을 보냈다. 


공군 치과 군의관 대다수는 비행단에서 복무한다. 비행단 내 항공의무대대에 치과 진료실이 하나씩 있으며 대부분 치과 군의관 한 명만이 배정된다. 비행기 소리가 커서 좀 불편하지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보면 가슴에 웅장함(소위 말하는 국뽕)이 차오른다.

 

2. 공군을 포함하여 요즘 군대 치과는 시설이 어떠한가?
놀랍게도 상당히 준수하다. 외산 근관 모터와 NiTi 전동 파일로 근관확장을 하고 충전은 무선 근관 충전기를 이용하여 호화롭게(?) 진료하였다. 비행단들의 체어는 모두가 알만한 대기업 회사들의 체어를 사용한다. 엑스레이는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국내 유명 회사의 신형 파노라마와 이동식 치근단 촬영기를 사용했다. 예산이 넉넉한 편이라 재료는 원하는 것을 골라서 민간 재료상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3년 동안 내가 써보고 싶은 재료는 비싼 외제부터 저렴한 국산까지 다양하게 원 없이 써볼 수 있어 좋았다.

 

3.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보며, 주로 어떤 진료를 하는지?
장교와 부사관, 병사 계급 막론하여 다 보았으며 신구환 포함 하루 10명 내외였다. 필자는 보철과를 전공하였는데 3년 동안 군에서 매복 사랑니 발치에 재미를 붙였다. 함께 훈련소에서 있었던 구강외과 정준홍 선생이 많이 알려준 덕분이다.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 많아 워낙 사랑니 환자가 많을뿐더러, 회복력도 좋아서 사랑니 발치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군 기공소에서 지원되는 기공물은 지르코니아 크라운과 스플린트이며, 일주일에 각각 2~3개 정도 장착하였다. 골드 인레이는 지원되지 않아 대신 1, 2급 레진 충전을 많이 하였다. 외부 치과를 이용하는 장병도 있겠지만, 일과 시간을 이용하여 의무대대 치과를 이용하려는 장병들도 많아 환자가 없을까 걱정할 틈은 없었다.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과 진료는 임플란트를 제외하고는 무상이다. 임플란트는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하여 일부 군 병원에서만 시행 중인데, 20년 이상 근속한 군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4. 어시스트는 누가 하는가?
초임지에서는 치과위생사 면허를 가진 하사가 어시스트를 했고, 서울공항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가진 군무원이 하였다. 요즘같이 구인난이 심한 시대에 이렇게 일대일로 전담해주는 어시스트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체어 한 대 놓고 직원 한 명, 원장 한 명이 오손도손 작은 진료실에서 한 타임에 환자 한 명씩만 보았다. 스케일링과 인상채득, 임시치아 등은 본인이 직접 다 하였다. 외부에서 이렇게 했으면 VIP 전용 고급 치과가 아닐까? 


어시스트가 하는 일은 많다. 혼자 진료실을 담당해야 하다 보니 재료 주문, 기계 관리, 기구 소독, 환자 예약, 진료 보조, 기공물 관리, 치과 서류 업무 등 할 일이 참 많다. 필자가 환자를 많이 본 편이라 힘들었을 텐데도 늘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잘해준 정주연 하사와 최미현 주무관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5. 진료 외에도 하는 일이 있는지?
장병 체력 검정을 하면 건강 모니터링 요원으로 투입되고, 사격 훈련을 할 때 안전 요원으로 감독을 한다. 부대 내 주요 행사가 있을 때는 앰뷸런스를 타고 활주로 옆에서 대기하며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한다. 훈련기간에는 군의관도 방독면 착용, 권총 사격, 대량 환자 발생 시의 응급 환자 분류, 환자 후송 등의 군사 훈련에 참여한다.

 

6. 군의관으로서 좋았던 점은?
첫째, 휴가가 많아서 좋았다. 연가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으며, 병가를 최대 30일 쓸 수 있다. 결혼이나 출산 등 경조휴가도 잘 나온다. 반년마다 학회를 다녀올 수 있게 이틀씩 공가가 나오고, 자녀돌봄휴가가 연간 2일, 건강검진 공가가 연간 1일 나온다. 정부 기관답게 워라밸을 잘 지켜준다.


둘째, 함께 근무하는 메디컬 군의관들과 친분을 다질 수 있었다. 아픈 곳이 있으면 서로 진료를 봐주기도 하고 점심을 같이 먹거나 일과 후에 운동, 회식 등을 함께 하였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군의관 생활의 크나큰 자산이다.


셋째, 군부대 마트가 저렴해서 좋았다. 전반적으로 물품들이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저렴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화장품이 시중 가격의 절반 이하로 판매 중일 때가 많아 애용하였다. 


넷째, 필자는 육아를 하는 군의관으로서 ‘육아시간’을 사용하여 육아기 단축근무를 하였다. 군대에서 결혼과 육아를 하기에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부대 내 간부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 가격이 4500원인데, 요즘 외식 물가에 비하면 반값 이하다. 게다가 밥과 반찬, 국을 자유롭게 자율 배식할 수 있는 급식 스타일이라 원하는 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좋다. 맛도 상당히 괜찮다.
 
7. 군의관으로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수련 받을 때에 비해 월급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쉽다. 근무지가 정해져 있고, 비상상황 대기 때문에 이동이 제한된다는 것도 군인 신분의 한계점이다. 치과 설비 수리와 재료 주문이 행정 절차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오래 걸린다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해준 공군 의무실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평생 추억이 될 군 생활을 함께해 준 제8전투비행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항공의무대대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 군의관이 될 후배들과 복무 중인 후배들에게는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느지막한 나이에 긴 군 생활을 마무리한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전지훈 서울재생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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