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폭력성과 폭력의 발현(發現)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오랜 문제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전 사설에 이어, 의료기관-특히 치과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의료기관 내 폭력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며, 진료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한 폭력범죄는 총 1만164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매년 1천 건 이상의 폭행이 발생하고 있으며, 연도별로는 ▲2019년 2502건 ▲2020년 2180건 ▲2021년 1903건 ▲2022년 1812건 ▲2023년 176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통계에는 진료실 내에서 발생한 의료진, 의료 종사자, 환자 등에 대한 모든 폭력 범죄가 포함됩니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이 6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상해(1654건), 협박(706건), 손괴(703건), 체포·감금(152건)이 따랐습니다. 폭행이 전체 폭력 범죄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손괴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22일, 79세 남성 김 씨가 사제폭탄을 이용해 다니던 치과의 천장을 파손하고 내부 집기를 훼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치아 크라운 치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점심시간이라 병원 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입니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범죄 행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폭발물 사용에 의한 공공위험죄입니다. 사제폭탄을 이용해 치과의 천장을 파손하고 내부 집기를 손괴한 행위는 폭발물 사용에 의한 공공위험을 야기한 범죄로 형법 제119조(폭발물 사용)에 의거하여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폭발물 사용은 매우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며, 인명피해가 없었더라도 높은 형량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재물손괴죄입니다. 치과의 천장 및 내부 집기를 파손하고 그을린 행위는 형법 제366조에 의거, 재물손괴 및 손괴죄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셋째, 사전 계획 범죄로 김씨가 폭발 사건을 사전에 계획한 것은 범행의 의도가 명백하므로, 이는 형법 제174조(폭발물 사용의 예비 및 음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정상적인 진료 업무를 방해한 점에서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중대 범죄가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실제 적용되는 형량은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큽니다. 진료실 내에서 폭력을 휘두를 때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법적인 제재에 대한 정보 부족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진료실에서의 폭력이 형법상 처벌될 수 있는 범죄임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처벌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진료실에서 폭력성을 드러내게 되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의료 행위를 도급 계약으로 여깁니다. 도급 계약이란 한쪽 당사자가 특정 작업을 완료할 것을 약정하고, 다른 한쪽 당사자가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그러나 의료인과 환자의 계약 관계는 법적으로 “진료 계약”이며, 이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 계약은 도급 계약처럼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이 진료 행위를 성실하고 적절하게 수행할 의무를 지는 “노력 의무”에 해당합니다. 즉, 의료인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반드시 치료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는 치료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의료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의료 행위의 불확실성과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과 환자 간의 계약 관계는 성실한 노력과 의료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도급 계약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료에 대한 불만도 인간 폭력성 발현의 한 요인입니다. 진료 결과나 대기 시간, 의료비 등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감정적으로 폭발할 수 있습니다. 응급 상황이나 통증으로 인해 환자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낄 때,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음주나 약물 영향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과 환자 간의 소통 부족이나 오해가 갈등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의료기관 내 폭력이 발생하게 되죠.
강조하고 싶은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에 대한 폭행, 상해, 협박, 손괴, 체포·감금은 법적 처벌이 뒤따르는 명백한 ‘범죄’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 폭력성이 사회적 허용 범위를 넘어설 때 이유와 장소를 불문하고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해야 합니다. 폭력이 쉽게 정당화되면 반복되고 또 악화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과 사회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CCTV의 설치나 의료진에 대한 폭언, 폭행에 대한 법적 처벌 안내와 경고문을 포스터로 제작해 게시하는 것은 실질적인 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고문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폭력 행위가 법적으로 엄중히 처벌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경각심을 주며, 의료진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포스터에는 구체적인 처벌 조항과 그에 따른 형량을 명시해, 폭력 행위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분들이 순간적인 감정을 자제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불신도 신뢰도, 상호 작용입니다. 다 알고 있는 기본이나, 의료인은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하여 환자와의 신뢰를 쌓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환자분이 치료 과정에서 불안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환자분들도 의료진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진단과 치료 계획을 신뢰하는 태도를 가질 것입니다. 이는 선순환 하여 의료진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최선으로 발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기록은 언제나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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