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설명은 직관적이어야 하고 설명을 듣는 사람이 그 내용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니를 뽑고 실을 뽑으러 올 때쯤 “아직도 아파요.”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니가 잘 못 뽑아서 내가 아픈 거 아냐?’라는 의심과 원망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깔린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사랑니를 뽑고 나면 입안에 상처가 남는데 이는 손톱크기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처와 비슷합니다. 손톱 정도의 상처가 생기면 낫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적어도 한 달은 아프고 불편할 거예요. 약을 먹어도 불편함이 남겠죠? 사랑니 크기가 손톱만 하고 뽑고 나면 뼈 안에 그만한 상처가 남으므로 한 달은 불편할 수 있고 진통제를 먹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2. 사랑니를 뽑고 주변 치아가 아프다는 것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손톱만큼 살점이 떨어져 나가면 낫는 동안 주변에 살이 열이 나고 아프고 불편하듯이, 사랑니를 뽑고 나면 낫는 과정에서 주변 치아나 뼈 등이 아플 수 있어요.”
여기서 팁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부분에서는 좀 잔인하게 설명하면 좋다.
3. 사랑니 발치 후 신경손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매복 사랑니 발치 시 하치조신경의 노출 등과 같은 간접 손상이 있고, 이것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일부 영구적으로 남으면 입술과 턱 부분에서 약한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저하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할 때 통상 밥을 먹을 때 밥풀이 묻으면 못 느낀다고 설명하는데, 간혹 환자나 보호자가 이 상황을 굉장히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유명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온 현빈 하지원의 거품 키스 설명법을 쓰면 좋다.
“우리가 원래 밥풀 같은 게 묻으면 잘 못 느낀다. 그래서 하지원이 입술에 거품이 묻은 걸 못 느껴서 현빈이 닦아준 거 아닙니까?”
그러면 대체로 웃음으로 상황 종료된다.
4. 실제로 이런 설명법을 적용한 예를 보자.
50대 여성분이 20년 된 임플란트 제거를 위해 상담을 위해 내원하였다.
이 임플란트는 남편이 교수여서 미국에 연수를 가서 살 때 와이프에게 선물로 해준 건데, 남편분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잘하는 대학교수님께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예전 임플란트 한 자리가 조금 불편해서 근처 치과에 갔더니 임플란트 위치가 안 좋아서 보철을 다시 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임플란트 주변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만든 남편도 미워 보인다고 했다.
자 상담 시작!
“20년 전에 나온 차를 지금 기준에서 보면 똥차일지 몰라도 그 당시에는 최선이었고, 20년 동안 잘 탔으면 우리가 이제는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환자분은 유쾌하신 분이고, 이 설명 이전에 충분한 시간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하고 제가 잘 들어줘서 그런지, 적절한 비유라면서 빵 터지셨다.
“임플란트 주변 염증 소견이 심하지 않고, 제거 시 환자가 겪을 불편함이 훨씬 크므로 가급적이면 관리를 더 열심히 하는 편이 좋겠네요.”
추가 설명을 하는 동안 드립은 몇 번 더 크게 터졌고, 환자분은 “선생님은 심리상담을 하셔도 잘하실 거 같아요”라는 극찬을 남기고 만족스러운 상담을 마무리했다.
옆에 계신 남편분은 정말 너무 좋으신 분인데 상담이 마칠 즈음에는 제게 눈빛으로 감사하다고 말하셔서 “저도 힘내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러분도 힘든 임상이지만 힘을 내십시요~~ 눈빛 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