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를 강압 조사한 보건소 직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철퇴를 맞았다.
인권위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조사 시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조사 관행을 개선토록 관할 시에 권고했다고 지난 10월 24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0월경 발생했다. 당시 A시 보건소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리 2인은 관할 지역 B치과 원장을 상대로 의료법 위반 행위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B원장은 탈모예방제 구입 및 전부 자가 복용과 관련한 감사원의 실태조사 대상이었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해당 보건소 직원들은 조사 목적이 행정조사인지 범죄수사인지 B원장에게 명확히 통보하지 않았다. 특히 해당 직원들은 변호사 동석을 원하는 B원장의 요청을 듣지 않는 등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 현행 행정조사기본법은 조사대상자의 변호인 등 관계전문가의 조력권을 보장하고 있다.
더욱이 당시 직원들이 B원장에게 서명 요구한 확인서의 경우,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행위를 자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B원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에 관한 안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행정조사 시 필요한 각종 기재 문서도 B원장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서류상 문제도 지적됐다. 해당 직원들이 제출한 확인서에는 구체적인 점검 사실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사명령서에도 조사원의 성명, 직위, 조사거부에 대한 제재 사항 등 필수 항목이 기재되지 않았다. 이에 B원장은 확인서 서명을 거부하는 한편, 해당 직원들의 강압적 조사 행위에 관해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관할 시에 행정조사 시 형사상 불리한 확인서 요구 관행을 개선할 것과 더불어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 교육을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현행 기준도 지적했다. 이들 특사경 공무원의 경우, 수사권과 행정조사권을 동시에 갖는 경우가 많은데, 실무상 조사 방법은 권리 고지 의무 등 각종 절차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일반적 수사 기관이라면 보장됐을 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위는 관할 시에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와 ‘행정조사원의 행정조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조사대상자의 변호인 등 관계 전문가의 조력권을 보장하는 등 원칙과 방법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과 같이, 치과의사가 전부 자가 복용을 목적으로 탈모치료제 등을 구매하는 행위는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치과의사가 탈모치료제를 직접 구입 및 복용한 행위를 두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이번 사건의 피진정인들은 행정조사권과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의 범죄수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행위가 행정조사인지 범죄수사인지 구분하고 절차를 준수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점은 진정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관할 시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조사 시 조사 원칙과 방법을 준수하고, 이 사건과 같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조사 관행을 개선토록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