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을 홍보대행 업체가 다 알아서 한 건데, 이게 죄가 되나요?”
최근 치과 개원가에서 불법 의료 광고에 대한 동시 다발적인 고소, 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 및 소명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회피하거나 부인하는 경우 역시 함께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이와 같은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만큼 최종 책임자인 원장이 의료법 저촉 여부를 직접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전문가들도 홍보대행사가 제공하는 일련의 홍보 행위가 결국 치과에서 자료를 받아 활용하는 것인 만큼 원장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실제 의료 광고를 진행 중이라는 수도권의 한 치과 개원의는 “사실 마케팅이나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며 “법적인 문제는 알아서 다 걸러준다는 마케팅 회사의 말을 듣고 계약을 진행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예전 마케팅 업체가 홈페이지에 올린 과장된 홍보 문구로 인해 최근 조사를 받게 된 또 다른 개원의 역시 “만약 위법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 한 치과 경영 전문가는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책임은 해당 원장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 진료기록부 등 인멸 시도 ‘치명적’
특히 실제 고소, 고발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이같은 전제는 일관되게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의료 광고와 관련해 수많은 수사 경험을 쌓아온 이동규 경찰인재개발원 범죄예방대응교육센터장은 “불법 의료 광고 관련 조사를 하면 해당 치과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이 ‘돈을 주고 맡기긴 했지만 광고 업체에서 했을 뿐 이런 내용이 있는 줄 나는 몰랐다’는 것이지만 이대로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광고 의뢰를 할 경우 광고 문구나 내용을 원장이 검토할 뿐 아니라 승인 없이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같이 작업을 했다면 공동정범, 지시했으면 교사 등의 형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의료 광고로 인한 처벌 시 구속 여부 역시 이같은 판단과 맞닿아 있다. 이 센터장은 “범죄의 중대성이나 규모, 건수, 액수 등 보다는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이 구속 사유의 첫 번째”라며 “특히 진료기록부 내용을 지우거나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경우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경영 철학과 맞지 않는, 불법 의료 광고는 결국 비정상적인 홍보비용 지출과 편법적 운영을 넘어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까지 귀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