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치과계는 적정 진료를 근간으로 과잉 진료를 일삼는 불법 의료기관 및 덤핑 치과 등을 억제하는 자정 노력으로 국민 구강 건강 증진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치과 의료 현장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복잡한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수가 협상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현장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이하 수가 협상)을 앞두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박태근 협회장이 덤핑 치과, 과대광고로 위협받고 있는 최근 치과계의 어려움을 전하며 이를 반영한 현실적 수가 협상을 요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치협 등 6개 의약단체는 오늘(9일)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이사장-의약단체장 합동 간담회’를 서울 가든호텔에서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건보공단에서 정기석 이사장이 참석했으며 의약단체에서는 박태근 협회장을 비롯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비상 진료 체계 지원과 필수 의료 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 재정 투입이 진행되고 있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을 설명하고 안정적인 재정 운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이번 수가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어 정 이사장은 이번 수가 협상에서는 재정의 엄중함을 고려하면서 필수 의료 중심으로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의료 행위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전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건보공단은 이번 수가 협상이 원활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청과 존중의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제안해 주신 의견을 모두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약단체장들 역시 건보 재정 안정성에는 공감하는 한편, 의료계의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수가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각 직역의 상황은 달라도 국민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료단체의 목표를 위해 건보공단과 의료단체가 적극적인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치협은 현재 정부에서 필수 의료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치과계 필수 의료 분야에도 재정 투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에 앞서 최근 덤핑 치과, 과대광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과계의 현실을 고려한 적정 수가를 이번 수가 협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 박태근 협회장은 “치과계는 지난 2년 동안의 수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압박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치과계는 대형 치과의 확산과 덤핑 치과, 과대광고 속에서 그동안 지역 주민의 구강 건강을 책임졌던 동네 치과의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치과계의 현실을 전하는 한편, 이를 반영한 수가 협상이 이뤄지길 호소했다.
이어 “다가올 돌봄 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건보공단과 관련 기관들이 의료 요양 돌봄의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건 매우 뜻깊은 일이며 치과계 또한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에 앞서 “올해 협상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의료기관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SGR 모델을 현재 계속 적용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폐기된 제도를 우리나라에서는 유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공동의 대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각종 통계 자료가 구분돼 산출되고 있는데 수가 협상에서는 하나의 종별 유형으로 협상해 맞춤형 수가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내년부터라도 분리해 협상하는 방안을 마련해 주길 부탁드린다”며 “또 정부에서도 한의사가 진단 기기를 활용하는 의료 행위를 급여화하는 데 있어 매우 소극적”이라며 이에 관한 현실적 반영을 요청키도 했다.
2026년도 최종 수가 협상은 일정을 조율해 속개될 예정이다. 치협은 지난 수가 협상 과정에서 2년 연속 3.2% 인상을 이룬 만큼 올해 수가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치과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