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시 힘을 합칠 때

  • 등록 2026.03.25 15: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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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난 3월 10일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회장단 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기호 1번 후보가 4,852표를 얻어 4,757표를 득표한 기호 3번 후보를 단 95표 차이, 0.83%포인트의 초접전 끝에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63.97%로 유효 선거인 18,012명 중 11,522명이 참여하였으니 적지 않은 관심이 있었다고 할 만 하다. 이번 선거는 결선투표제가 폐지된 후 치러진 첫 선거였고, 4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두 차례의 정견발표회에서는 불법 덤핑치과 척결, 의료기사법 개정안 저지, 보조인력난 해소,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대의원 대표성 확대 등 치과계의 숙원 과제들에 대한 각 후보의 비전이 쏟아졌고, 직역 갈등과 단합, 의료계 내 치과계 위상, 치과의사 수급 문제, 자율징계권 및 사법 리스크 등 첨예한 의제들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승패는 갈렸지만, 숫자로 보면 이번 선거는 치과계 민심이 얼마나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조직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훌륭한 리더를 뽑아 결국 조직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대한 방점은 결국 선출된 리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우선이다. 따라서 선거 과정이 어떠하였든 선거 이후 갈등을 봉합하는 마무리는 선거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선거 후 필연적으로 승자는 승리에 도취되기 쉽고, 패자는 패배의 상처를 쉽사리 씻지 못한다. 특히 이번 선거와 같이 승자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또 2위와 단 95표 차이의 초박빙 승부가 된 경우에는 “만약 이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고, 그만큼 후유증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캠프 간에 불법 시비와 네거티브 공방이 오갔고, 혹여 다시한번 “선거 무효 소송”의 유혹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협회장 선거보다 깨끗(?)했다는 것이 중론이고, 이는 후보자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고, 이번 선거는 18,000여 회원들이 참여한 민주적 절차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아무리 미세한 차이여도 선거 결과의 의미는 마찬가지이며, 각자 입장은 있겠지만 이제 다시 치과계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 치과계를 위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치의신보의 최근 기사들만 살펴봐도 치과계가 맞서야 할 도전들은 그 중대함이 한계치에 다다른 느낌이다. 최근 5년간 전국 치과 개,폐업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서울의 경우 2023년에 이미 폐업 치과가 190개소로서 신규 개원 165개소를 넘어섰으며, 2025년에도 폐업 180개소 대비 신규 149개소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새로운 개원 성지로 떠오르던 경기도마저 2021년 신규 268개소, 폐업 120개소로 2배 이상 앞서던 것이 2024년에는 신규 188개소, 폐업 147개소로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 개원 동력 상실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25년도 가계별 치과 서비스 지출금은 전년 대비 –4.6%로 전체 보건 항목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였고, 치과의원 평균 연 매출은 의과의 진료과 대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개원 비용 급등, 보조인력 구인난까지 겹쳐 개원가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단독 개원의 위험 부담을 피해 공동 개원이나 대규모 개원 형태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엄중하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어 치과의사의 지도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고, 기업형 불법 덤핑치과의 횡포는 성실하게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 저수가 정책 하에서는 사랑니 발치나 신경치료 같은 정교한 술기에도 원가 이하의 수가를 강요받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6년 환산지수 계약과 상대가치 상시 조정이라는 큰 협상도 코앞에 다가와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건정심에서 발표한 상대가치 조정 추진방향을 보면 위탁검사관리료 폐지에 따른 재원 약 2,400억 원을 진찰료 등 저(low)보상 영역에 활용하겠다고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치과가 과연 정당한 몫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치과계가 얼마나 한 목소리를 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산적한 과제들 앞에서 치과계가 혹여 다시금 내부 갈등에 에너지를 소진하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역사를 보면 외부의 강한 압력 앞에서 내부의 단합 여부가 집단의 흥망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의협의 예를 보면, 의협 역시 내부 갈등이 만만치 않지만, 외부 이슈가 생기면 놀라울 정도로 하나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의대 증원 사태에서도 의협은 내부 이견을 접고 단일 대오로 정부에 맞섰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들이 뭉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외부 위기 앞에서 내부 갈등을 잠시 내려놓을 줄 아는 성숙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치과계는 어떤가? 그간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어 치과계 전체의 목소리가 분산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새 집행부의 출범을 맞이하여 필자도 치의학회를 대표하는 당연직으로서 참여하게 될 제34대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 집행부는 과반도 아니고, 2위와도 단 95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겸손하게 타 진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듯하다. 당장 눈앞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견을 가진 회원들과도 진지하게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낙선한 여러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 치과계를 위해 추진해보면 좋을 만한 몇몇 정책들도 있었다. 새로운 집행부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상대의 좋은 정책은 기꺼이 검토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자체로 신선한 변화이고, 치과계 발전과 화합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낙선한 후보 진영에게도 부탁드리고 싶다. 아쉽더라도 선거 결과는 결과로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새 집행부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필요한 협력도 아끼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탈락한 후보자들 모두 낭비될 수 없는 치과계의 자산들임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 비판은 하되 대안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비판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치과의사들 자신이라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현재 우리나라 치과의사의 총 수는 약 35,000명이다. 어떤 직역과 견주어도 그리 크지도 않고, 힘 있는 집단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 목소리가 반드시 하나로 뭉쳐야 정부도, 국회도, 국민도 움직일 수 있다. 의료기사법 개정안 저지도,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도, 불법 덤핑치과 척결도, 보조인력 수급 문제 해결도 치과계가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분열의 봉합을 시작해야 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앙금은 굳어지고, 더 굳어진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이다. 치과대학의 인기가 의과에 비해 추락해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 환경 속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 가고 있다.

 

사회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직업이 되어야 주머니가 가벼워도 힘이 나는 법이다. 이럴 때일수록 선배 세대가 먼저 큰 어른의 모습으로 치과계 전체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두 그간의 뜨거웠던 감정을 내려놓고, 냉철한 이성으로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바라보는 곳은 다를지언정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동료이다. 강철대오! 대동단결!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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