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 이름도 급조 “오직 봉사”
“고마워 하는 환자보면 뿌듯”
“아이들도 장애인인데다 남편마져 식물인간이 돼버린 상황임에서도 애들을 데리고 치료받으러 방이복지관을 찾은 아주머니…, 저렇게 힘들고 지친 상황인데도 항상 밝게 살아가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병원과 일상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워가지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방이복지관 3층에 개설돼 있는 장애인전용치과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진료를 하고 있는 이웃사랑 치과봉사회 徐學源(서학원) 대표가 이곳에서 3년째 봉사진료를 계속하는 이유다.
전국에 있는 복지관으로서는 거의 드물게 장애인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방이복지관에는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시간에 9명의 치과의사가 봉사를 나와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로 사랑의 의술을 펼치고 있다. 화요일의 경우에는 격주로 오후 진료도 개설돼 있다.
이웃사랑치과봉사회. 이 봉사단의 명칭도 복지관에서 얼마전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수상하는 자원봉사자상을 추천하기 위해 급조된 것. 일년에 겨우 몇 차례 보는 얼굴이기에 서로의 얼굴도 가물가물 하고 출신학교는 더더욱 잘 모른다. 그들에게 봉사단의 명칭이나 출신학교, 지연 등 그런 것 따위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보지 않아도 마음이 비슷한 사람들이라 그럴까… 오직 마음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봉사를 통해 진정한 장애인들의 친근한 벗이 되어 주는 것이 욕심밖에 없어 보였다.
지난 98년 10월부터 박우성 원장을 시작으로 서학원, 유정희 원장이 중심이 돼 시작된 자원봉사는 이제 김미애, 김동현, 문 현, 이수룡, 윤동식, 이욱주, 신동렬 원장 등 3년새 식구가 9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에는 치의신보에 실린 자원봉사자 모집광고를 보고 봉사의 길로 들어선 원장도 있고 주변의 소개나 본인이 아름아름 알아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경우들이다. 이들이 사는 지역도 송파구, 관악구, 안산 등 다양하다. 치과원장 뿐 아니라 금항기공소 이원근 소장과 비젼기공소 이준영 소장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에 나오는 치과의사와 완벽한 호흡을 이루는 박선숙 치위생사, 복지관의 왕언니(?) 김진숙 사회재활팀장, 한 합기도도장의 관장도 이웃사랑치과봉사팀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역들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다 보니 일손이 딸린 때는 복지관 직원들도 동원령이 내려지는 것도 부지기수라고.
이 봉사팀의 주요 진료대상자는 일반치과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과 자폐, 뇌성마비, 정신지체인들. 지금까지 3년동안 이곳을 다녀간 장애인은 1100명이 넘어섰다. 멀리 지방에서 찾아오는 장애인들도 있어 오전진료에 8명정도를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쉴새없이 진료해야만 한다.
환자중에는 자폐아들도 있어 이들을 유니트체어에 눕히는데만도 한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수없이 손가락을 깨물리기도하고 날카로운 핸드피스에 위험한 상황도 몇차례 겪었지만 3년동안 거의 한번도 펑크를 내지 않고 묵묵하게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이들이 더없이 용감해 보인다.
이들은 최근 봉사상 수상을 축하하는 모임을 갖고 더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 장애인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면세마 및 예방교육을 지금보다 더 강화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방이복지관의 김진숙 사회재활팀장은 “주1회 이상씩 오전시간을 비우며 3년동안 한결같이 진료를 한다는 것은 장애우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 할 것"이라며 “특히 자폐아 등 장애인들 치료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기쁨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주는 봉사자들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 봉사자들의 욕심은 현재 6평 규모의 진료실을 옆방 물리치료실을 밀어내고(?) 더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워낙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유니트 체어 1대가 거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유니트 체어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분도 있지만 들여놀 공간이 안된다. 그래도 처음 시작초기보다는 봉사자들이 늘어 대기자들도 오래 기다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