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상의 파노라마 <2>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 인류학>

  • 등록 2003.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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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은 진화론적 구도, 역사에 대한 선형적 발전 구도를 깔고 있으며, 역시 미개인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현대인 특히 서구인(특히 근대적 서구인)의 관점을 짙게 풍기고 있다 하겠다. 구조주의 사유는 바로 이 ‘진화론’이라는 사유 모델을 논박한다. 이 점에서 시간적 사유, 역사적 사유, 진화론적 사유가 19세기 이래의 전형적인 사유 패러다임이었다면, 구조주의는 바로 이런 패러다임으로부터 결정적으로 벗어나는, 그것과 대립하는 패러다임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구조 주의의 중요한 담론사적 맥락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레비-브륄의 설명 자체는 흥미로운데가 있다. 레비-브륄의 패러다임이 진화론적, 더 나아가서는 제국주의적 색깔을 짙게 풍기고 있다 해도, 레비-브륄이 지적한 현상 자체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구조주의의 윤리적 동기에 공감한다 해도, 윤리가 사실마저도 부정하면 곤란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개인들에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미개인이냐 현대인이냐에 관계 없이 그런 사유 양태는 늘 나타난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의 많은 후궁들이 별실에 중전의 초상을 걸어놓고서 활시위를 당겼다. 첨단의 과학기술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컴퓨터 점’을 보고 부적을 산다. TV 드라마 ‘왕건’에 나오는 최지몽이 전투 결과를 예측하면 어김없이 맞는다(작가가 그렇게 각본을 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시인들은 자주 미개인처럼 시를 쓴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전 논리가 사라지고 논리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늘 논리와 전논리가 함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만 개개인에 따라,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담론의 종류에 따라, 전논리와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미개인이 진화에서 현대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우리 시대는 오히려 전논리가 논리를 압도하는 시대는 아닐까. 이런 점에서 레비-브륄의 설명은 그 자체로서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가 말한 전논리 개념은 다른 맥락에서 볼 때 여전히 흥미로운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칸트는 인간 오성의 범주를 극히 합리주의적으로 그려냈지만, 과학이라는 좁은 맥락을 떠나 인간 자체를 볼 때 전논리는 논리 옆에 늘 같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이런 관점을 가지고서 문명사 전체를 새롭게 조망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토테미즘에 대한, 나아가 미개 사회 일반에 대한 설명들 중 구조주의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구조주의가 논박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입장이 ‘기능주의’의 입장이다. 위의 입장들은 대개 원주민들에 대한 현장작업/현지조사(field work)가 결여된 채 어떤 편견을 투영한 면이 강하다. 그러나 기능주의는 인류학/민족학이 본격화되고 자료가 쌓이면서 등장한 이론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기능주의는 말 그대로 토템이 그 씨족에 어떤 실질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즉 그 씨족의 삶에 도움을 주고 그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도 대체적으로 세 가지 형태가 있다. 1) 생리학적 기능주의: 어떤 씨족이 특정 동식물을 토템으로 하는 것은 그것이 그 씨족의 중요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 토템을 숭배하고 먹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그 토템이 그들의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좀 묘한 데가 있다. 평소 먹지 않다가 일년에 한두 번 제의 때만 그것을 잡아먹는다면, 그것이 실질적인 먹거리로서 기능을 하는 것일까? 마치 너무 비싸서 1년에 한두 번만 입는 옷을 연상시킨다. 그런 ‘사치품’이 먹거리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그것이 먹거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먹으면 안 되는 것, 먹으면 죽는 것이기 때문에 금기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어느 정도 더 설득력이 있으나, 그럴 경우 굳이 그것을 숭배하기까지 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고 또 때로는 먹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생리학적 환원주의는 토템을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 즉 ‘먹고 사는 것’에 관련시킨다는 점에서 얼핏 가장 기본적인 설명 같지만, 토템의 경우 간단하지가 않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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