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국<본지집필위원>
끝날 것 같지않던 긴 겨울이 어느새 사람이 흉내조차낼 수 없는 아름다운, 힘이 넘치는 색깔로 온 천지에 새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계절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불안과 염려스러운 것들 뿐이다. 이라크 전쟁, 북한 핵 문제, 경제 침체, 거기다 S.A.R.S. 등이 그것들이다. 거기에 또 다른 염려 하나가 나에게 더 추가된다.
교수 생활의 날들을 더 해갈수록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학부 강의와 임상 교육 형식에 대하여 염려스러운 생각이 점점 더해진다.
몇 년째 발치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다. 발치를 해야하는 여러 경우를 염두에 두고 각 경우의 발치창 치유에 가장 효과적일 술식을 강의한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이 학생들이 발치의 기술은 배웠는데 실제 임상에서 발치할 치아를 결정해 낼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은 어떻게 습득하게 할 것인가?
내가 강의한 발치 적응증 중에서 일부는 나의 전공지식과 경험으로 발치할 치아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나머지 경우는 다른 전공과목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치아를 보존하는 다양한 이론들과 기술이 개발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경우의 발치기술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다루어야겠지만 그 적응증은 이미 구강악안면외과만의 영역이 아니다. 다른 임상전공분야와 연계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그 적응증의 내용은 치과 임상 모든 과목을 통합(integration)할 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디 발치의 적응증 뿐이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통합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는 각 전공과목의 강의분량이 너무 과다하여 학생들이 각 전공과목의 지식들을 통합할 물리적인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과과정 자체가 질병과 그 치료에 수렴되어 있는 내용이 아니고 기존 교실 단위로 개설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비약하여 이야기하면 습득한 기술은 다양한데 어느 경우에 활용해야할 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임상 실습장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나절씩 원내생 진료실에서 Supervisor 역할을 한다. 이 교육장에서 당황스러운 것 한 가지와, 또 놀라운 것 한가지를 발견하게된다.
당황스러운 것은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될 때이다... 임상이론교육의 헛점을 짧은시간에 임상교육장에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일단 치료 기술을 선택하여주면 매우 놀라울 정도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을 볼 때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적응증을 모르고 기술을 발휘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보다 수준 높게 환자를 볼 줄 아는 통합된 안목과 기술을 습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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