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의하면 2003. 6. 16.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안이 심의 끝에 또 다시 보류되었다고 한다. 즉 이날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이 제출한 ‘의료분쟁조정법안"이 참석 의원간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으로 심의에 실패하였다.
위 법안은 지난 2월 열렸던 회의에서도 무과실 의료보상 기금의 조성 주체를 놓고 일부 국회의원 간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심의가 보류된 바 있다. 이처럼 의료계가 바라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은 1980년대부터 제정의 필요성이 논의되어 1994년 정부가 최초로 안(案)을 내놓은 이후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있으며, 그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의 도입, 의료배상공제조합과 의료배상책임보험제도의 도입, 무과실 의료보상 기금의 조성 및 그 주체 등에 대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이며 상징적인 쟁점이 형사처벌 특례조항의 도입여부이다. 여기서 말하는 ‘형사처벌 특례조항"의 도입이란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악결과(상해 또는 사망)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의료행위의 선의성(善意性과) 구명성(救命性), 그리고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여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미한 과실의 경우에 한하여 형법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의 처벌에 관한 특례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특히 특례조항의 내용으로 피해자인 환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의사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규정과 의료인이 위 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합공제 또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례조항의 내용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거의 유사한데, 이와 같은 규정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먼저 찬성론에서는 의료인의 과실로 인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과실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늘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의료진의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미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진료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생긴 손해배상의 문제로만 파악하여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의료인·환자 및 국가사회의 각기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가벌적인 의료본질과 그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나친 형벌권의 집행에 따른 의료인의 위축으로 인한 방어진료 또는 응급환자 또는 중환자에 대한 진료 기피 등의 사회적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영국에서도 업무상과실치사의 경우에만 의사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며 과실의 요건 또한 중대한 과실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반대론에서는 의사라는 특정 직업군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것은 다른 일반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불평등을 가중시킨다는 점, 실제 의료사고가 형사사건화 되더라도 극히 특별한 경우에만 기소되고, 기소된 사건도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위와 같은 특례조항을 둘 실익이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할 것은 경미한 과실, 중대한 과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실제 이러한 용어의 구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중대한 과실이 되는 것인가?
위 법안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과실의 유형을 7가지로 나열하고 있으나, 위 유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대한 과실이란 결국 과실판단이 쉬운 것들로 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형사고소나 고발이 이루어지는 사건을 보면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처럼 과실판단이 쉬운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사건화를 염려하여 서둘러 환자측과 합의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형사처벌의 특례조항은 그 도입에 대단히 신중해야 하고, 그 전제로 따라서 관련자들의 의견 조율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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