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에 재직하고 있을 때 치과대학 대학원 강좌에 ‘치의학과 사회학’이란 제목으로 강좌를 개설했었다. 대학원 전문교육 강좌제목으로 좀 낯선 느낌도 있었지만, 생각 외로 그 강좌를 신청해 온 대학원생이 많았으며 매년 점점 늘어왔었다. 그 강좌를 이수한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매우 유익했고 치과의사 생활을 하는데 한층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해 매우 고무적이었다. 사실 그 강좌를 개설할 때만 해도 학생들이 그 강좌를 신청해 올까? 긴가민가했었다. 의학도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의학전문 지식이면 충분하지 무슨 사회학이 필요할 것인가 하고 반문하기도 하겠지만 우리 의학도들은 사회성의 결여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고, 이기적이고, 집단 편의주의에 빠져 자기 환각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면 의학은 사회로부터 은근히 고립되고, 존경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밀려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의학계의 모습이 바로 그런 현상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사실 우리 치의학이 150년 전만 해도 떠돌이 돌팔이 기능공(Tooth-drawers)으로부터 시작하여 치과의술은 건강을 보살피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이빨을 해 넣고 빼는’기계적인 기술을 다루는 기술자에 불과했다.
1950년경 이후부터 사회적 엘리트층의 자식들이 치과의학을 선택하면서 어떤 직업에도 뒤지지 않는 직업으로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선진산업사회에서 급성장하는 보건분야에서 매우 중심적 위치를 점유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직업집단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이렇게 치과의료의 직업적 조직과 내용이 형성되어 오는 과정에서 의학적, 과학적인 측면의 발전은 물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꾸준히 관철되어 온 발전적 요소가 많았음을 시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치과의료가 사회 속에서 하고 있는 역할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 속에서 누리고 있는 사회 경제적 지위에 대한 우리의 위상에 대한 본질적이고 진지한 검토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사회화 과정’에 대한 교육과 훈련과정이 부족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학을 보건의료학문에 접목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학문적 풍토 때문이기도 했다. 인문사회과학과 의학, 자연과학 분야의 첨예하게 분리 독립된 두 문화가 지나치게 자기 분야의 특성만 강조한 나머지 두 문화사이의 교류를 기피했을 현상이 바로 의료사회학이 정착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요즈음 발생된 의학분업 의료분쟁에 대한 의학계의 대처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의료사회화 현상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선진 산업사회가 되면서 질병의 원인이 세균 자체라기 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만성질병의 유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즉 환경, 도시화현상, 영양상태, 개인의 생활양식 혹은 사회 경제적 변화 속도에 연관된 만성적 문명병 유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치과 질환의 대표적인 치아우식이나 치주병은 결국 경제 발전과 생활양식의 변화와 음식문화의 변화에 따른 식이 습관의 변화에 의한 선진 산업화 사회형퇴행성 질병의 대표격이 바로 치과질환이다. 다시 말해서 치과질환은 풍요병(diseases of of affuence)의 범주에 속하며 치의학의 발전은 곧 산업사회의 서비스 부분의 성장 과정의 큰 흐름과 함께 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
치과의료는 일반의료에 비해 선진산업 사회의 건강의 주범인 만성퇴행성 질병의 전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치과의료의 개념은 치료위주보다는 예방이나 정기적 관리를 중요시하는 개인 서비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구강 보건교육의 모순은 예방위주의 교육보다는 기계적 수복위주로만 흐르고 있음에는 크게 잘못된 사회학적 판단결여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구강(口腔)과 치아는 사회적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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