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현대의학의 비극

  • 등록 2005.0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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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과학기술과 지나친 접목을 시도하면서 요즈음 의사의 사회적 이미지가 많이 바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관계도 많은 변화를 보인다.

 
옛날에는 의사들의 치료계획이나 어떤 결정에 환자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지금은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의 의도와 판단에 대해 용감하게 회의적인 사고를 갖거나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환자들이 수동적인 자세가 결코 더 이롭다는 생각을 버리고 환자 스스로가 치료에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질병치료 방법이나 어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선택권을 가지고 싶어하게 되었다. 이렇게 의사와 환자 관계를 변화시키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 요인은 의학이 지나치게 본연의 자세에서 이탈하여 과학 기술 문명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게 됨으로써 생겨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의학이 과학기술과 긴밀한 접목을 시도하면서 의학 지식은 의사들만의 소유에서 보통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되었으며, 일반 사람들의 의학에 대한 기대나 욕구가 크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환자가 의학지식이 많다고 자신이 의사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지식이 의사들의 의학지식과 같다고 생각되면 그 지식의 효과도 같을 것이라고 믿을 수는 있을 것이다. 과학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등하며 기술은 누가 사용하더라도 같은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본질적으로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불확실할 수 밖에 없는 대상에 확실성을 부여한다는 매력 때문에 테크놀로지의 힘은 의학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전반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의 가치는 모호하지도 않고 비유적이지도 않으며 기계에서 찍혀 나오는 숫자로 표시되는 정보는 마치 진실의 가장 확실한 표상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설령 오류를 범할 가능성마저도 숫자의 객관성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과학적 의학시대의 시작은 1800년 초 프랑스 의학자들의 질병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질병이론에 의하면 임상의학의 목표는 병든 사람에게서 질병이란 원인을 가진 특별한 현상을 찾아내어 진단과 치료에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비로소 임상적 상황과 병리학적 상태의 관련성(climicopathological correlation)을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원래 의학의 본질은 전통적 가치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즉 환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환자의 최선을 위해 노력하여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정성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의학에서 과학적 방법론이 접목되면서 전통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정량적(定量的)용어를 사용하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따뜻하다, 아프다, 예민하다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대신 온도, 직경, 길이, 무게등의 정량적 용어를 사용하기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의학에서 질병이론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곧 현대의학의 성공으로 생각되어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가장 이상적인 현대시대의 의사상(像)은 환자를 돌보는 인간으로서의 의사보다 그 의사가 가지고 있는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의사를 뜻하게 되었다. 과학자로서의 의사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나면서 과학기술이 의사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고 믿게끔 되어 버렸다. 그러나 진정한 의사는 환자(인간)를 통하지 않고는 질병에 접근할 수가 없다.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 과학기술이 의학의 한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의학은 모든 것을 대표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간 50년 동안 의료의 역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20년 때만해도 의학이 과학지식과 접근해가면서도 의학의 본질은 든든한 지적 바탕을 유지하면서 인도주의적 이상(理想)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날로 거세게 발전해 오는 과학기술이 자연의 모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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