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렬 교수의 법치의학 X 파일(29)]부패가스로 시체가 번쩍 일어나

2007.04.23 00:00:00

필자가 아무리 시체를 취급하는 것을 전문영역의 하나로 한다 하지만 항상 정서적으로 긴장감 비슷한 것과 섬뜩함을 시체앞에서 느끼게 된다. 다행히 선한 목적과 망자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고 대해서 인지 그 동안 그 많은 험한 주검들을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체와 관련된 악몽을 꾼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검시에 얽힌 잊지 못할 일들 가운데 특히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는 에피소드 한 두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69년 6월초 국과수에 발령을 받고 처음으로 부검실에 들어선 어느날이었다. 이일은 당시 보건사회부의 시체해부자격면허의 취득 자격조건으로 70구 이상의 부검에 참여가 필요해 첫발을 내디딘터라 필자로서는 꽤나 의미있는 시작이 되는 셈이다. 시체는 허름한 관에 넣어 부검실 부검대 옆 타일바닥 한편에 들여 놓아 있었고 부검실 보조요원들과 함께 시신을 담당하는 용원 영감이 관 뚜껑을 뜯어 젖히는 순간이었다. 마치 괴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누워있던 시체가 슬며시 일어나는 것이었다.

 

대낮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었지만 하필 연구소에서 처음 보게된 시체가 일어나는 광경으로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어 꼼짝없이 서 있었다. 후에 알고보니 염을 하지 않은 시체가 부패가 진행된 상태에서 관 뚜껑에 눌려있다가 시체의 배면관밑과 접촉된 부위에 욕창과 같은 결손 부위를 통해 부패가스가 관뚜껑을 여는 순간 빠져나가면서 로켓 추진 같은 원리에 따라 시신의 상체가 들어올려졌던 것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많은 시체들과 접하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진 여름철 어느날 새벽 동부시립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소사체 5구의 개인식별감정을 의뢰받고 서둘러 도착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이어서 인적이 끊겨있고 시체실을 관리하고 있는 노인이 홀로 나를 맞아 냉장실에서 시체들을 꺼내어 놓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시체보관실은 촉광이 그리높지 않은 희미한 백열등이 실내를 밝혀주고 있고 창고 같은 분위기에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냉기가 돌고있다. 소사체들은 한 눈에 보아 몹시 그슬린 모습들이며 탄화에 이른 그런 상태는 아니다.


한구씩 차근차근 구강상태를 살피면서 기록을 하는 중 왼쪽 심장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놀라면서도 시체의 얼굴을 다시 흘깃보니 분명 죽은 시체가 틀림없다. 정말로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짝 긴장을 하고 침착하게 다시 살펴보니 구더기가 슬어 움직이고 있다. 아무 움직임도 없어야 하는 시체에서 조그마한 움직임도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는 근심 걱정에 몸이 먹히고 죽어서는 벌레들에게 몸을 먹힌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곤충 침해는 사후경과 시간 추정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으며 이를 다루는 전문분야를 법의곤충학이라 한다.


흔히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파리는 살아있는 사람에서도 환자의 상처에 알을 낳아 구더기를 치는 수가 있으며 시체에서는 먼저 귀, 눈, 코 등에 붙어서 알을 놓고 특히 상처등에 앉아 혈액을 취한다. 만약 백색의 알들이 집단적으로 부착대 있다면 사후 1~2일 경과된 것으로 본다. 이 때 구더기(maggots)는 2~3mm정도의 크기가 된다. 구더기가 약 1cm 길이에 달하면 4~5일 경과 된 것으로 보고, 번데기(pupa)가 되기위해서는 6~10일 걸린다.

 

여기서 파리가 부화하려면 12~18일 걸린다고 보나 계절, 온도, 습도, 개별적 차이가 많고 파리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므로 상당한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시체가 심히 부패해 뼈만 남게 되면 딱정벌레(beetle)들이 침습하며 대개 3~6개월 경과된 것으로 본다. 기타 시체에서는 이(lice)는 3~6일이면 죽으므로 이가 전부 죽어 있다면 사후 최소 6일이 경과 된 것으로 판단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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