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보험 대행청구

2007.10.18 00:00:00

보험청구 업무량이 많은 병원에는 청구업무만을 전담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간호사다. 지난 1989년에 창립된 ‘보험심사간호사회’에서 시행한 시험을 통해서 ‘보험심사간호사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의 수가 1600여명이며, 청구 또는 심사업무에 종사하는 전체 간호사는 수천 명이나 된다. 최근 이 협회에서는 ‘건강보험관련업무 종사 간호사 1만 명 시대를 위한 간호대학의 역할’이란 주제의 발표를 포함한 세미나도 개최했으니, 보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잘 알 수 있는 실례라 하겠다.


보험청구 업무는 외래환자가 대부분인 의원급에서는 치과가 의과나 한방에 비해 복잡하고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행청구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의과나 한방은 극소수인데 비해, 치과는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직접 관장하는 의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서도 419곳이나 된다. 특히 부산과 대구 등 몇몇 지부에서는 독립적으로 대행 청구를 관리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행청구는 누구나 할 수 있었는데 2002년 초부터 제도권으로 편입이 되었다. 즉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2002.2.19)에 건강보험청구 업무를 대행청구업자나 대행청구업체를 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의약단체(의료법 제26조, 약사법 제11조)를 통한 대행청구만 인정됨에 따라 치과의사협회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희망하는 치과의원에 대해 진료비청구를 대행하게 되었다.


대행청구를 할 경우 처리비용으로 통상 청구하는 총 진료비의 4%를 부담하게 된다. 당연히 대행청구업자는 청구액수가 많을수록 수입도 늘어난다. 그로 인한 폐단도 적잖아, 보험재정이 어렵게 된 2001년 초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행청구부분에서의 허위사례가 여럿 드러났다. 당시 ‘성남시’에 소재하던 ‘소리드콤’이라는 대행업체는 경찰에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 업체에서 대행 처리한 허위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월에 비해 3배가 넘는 진료비를 청구한 치과가 있어 그 내용을 확인하던 날, 서울엔 32년 만에 큰 눈이 내렸다. 그래서 그 날의 일은 많이 내린 눈과 함께 쉽사리 잊혀지지 않고 있다. 해당 의원의 젊은 원장은 치과대학생 시절 아마도 내 강의를 들었거나, 원내생 진료실에서라도 나를 본 적이 있을 터인데 차마 우린 서로가 아는 척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에겐 내가 세무서에서 나온 이들보다 더 껄끄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렵사리 협조를 구해 챠트와 청구내역을 몇 장 비교 확인한 후부터 내 얼굴은 시종일관 굳은 채였다. 어린이를 진료한 챠트 하나에는 초진일 당일에 마취도 없이 ‘하악유견치’ 치식 표시와 ‘발치’라는 간단한 기재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 환자의 보험청구내역은 첫날 초진료, 방사선 표준촬영 1매, 마취시행, 발치 그리고 다음날 재진료, 후처치 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챠트는 하루 진료한 내용이 치수절단, ZOE 였는데 청구는 5일 진료에 발수, 근관세척 3회, 근관충전으로 되어 있었다.


치과의사는 진료기록을 사실대로 챠트에 기록했으나 대행청구 업체에서 허위로 모든 기록을 황당한 수준까지 부풀려 청구하다보니, 그 전보다 3배가 넘는 청구비가 발생된 것이었다. 그 날 알게 된 내용 중 하나는 보험청구일을 하던 직원이 사직하면서 청구가 1년분이나 밀려 대행청구 업체에 400만원의 처리비용을 약속하고 맡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1년치 진료분의 청구업무를 끝마친 업체가 약속한 비용 전액을 요구하자, 그 원장은 우선 1개월분을 심평원에 청구해서 그 결과를 보고나서 처리비용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대학에서 공부한 원장이 ‘나는 거짓을 한 바가 없으며 모든 일은 대행업체에서 저지른 것이기에 별 잘못이 없다’라는 식의 태도를 저녁 늦은 시간까지 보고 있자니 문뜩 서글픈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따라 차들이 미끄러운 눈길에 거북이 행색이라 지하철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통에 예정보다 늦은 시간까지 연장 운행했었는데 집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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