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뒷면을 봐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거나 추진예정인 각종 정책이나 사업을 보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 사전 교두보 확보용 전략이 종종 눈에 띄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에 규제개혁 일환으로 발표한 ‘의료인 복수의료기관 진료 허용’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의료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현 정권의 정책 가운데 하나가 의료인의 복수개설 허용이다. 정부는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진하고 있었다가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자 그 다음에 나온 내용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규제개혁 과제 선정이다. 지난 19일 열린 정부 회의에서 발표한 규제개혁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진료 허용이다. 현행으로는 의료인이 정기적으로 여러 곳에서 진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이를 규제라고 보고 한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진료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그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그 다음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허용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이 규제개혁 목적이 선진화 방안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규제개혁은 의료의 질 향상과 서비스 개선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의료인이 여기 저기 의료기관을 돌며 진료할 경우 의료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장점보다 의료의 영리화, 상업화라는 단점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규제개혁 명목이 의료시장 선진화 방안과 맞닿을 때 현재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복수 의료기관 개설문제는 자연스럽게 도입될 수 있다. 의료계가 의료기관 복수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거대 자본을 가진 의료인이 여기 저기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영리추구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이 영리추구 문제가 해결되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과 일반인의 의료기관 개설이라는 현 정권의 목표도 이뤄질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료계가 정신 차리고 이번 규제개혁에 내포된 정부의 뒷면을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단순한 개혁차원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의 문제다.